인사청문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기보다 후보 흠집내기와 정치공세의 장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당장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청문위원들이 후보자를 지나치게 감싸거나 흠집내는 데만 치중하고 있어 정작 후보자의 능력이나 자질 검증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정운찬 총리 후보자 청문회는 이틀 동안 기획된 질문을 반복하는 청문위원들의 행태로 22일엔 자정을 넘겨 간신히 끝났다. 여야 위원들은 시간을 더 달라고 했지만 정작 새로운 질문이나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고무줄 잣대'인 도덕성 검증 기준도 논란거리다. 부동산 투기와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분명 주민등록법 위반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후보자는 낙마하는가 하면 다른 후보자는 용인돼온 게 현실이다. 주택매매 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 탈루의 의혹을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했기 때문에 몰랐다"거나 재산신고를 누락한 경우 청문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수정신고,세금을 납부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덕성의 잣대가 옛날보다 완화된 상태"라며 "고위 공직자로서 어느 정도까지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인지 일관된 잣대를 마련해야 청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청문위원들의 똑같은 질문이 10여차례 넘게 계속되는 것이야말로 '청문회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정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충청 출신의 한 야당 의원은 시간의 90% 이상을 같은 질문으로 일관했다. 이 의원은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물어볼 겁니다"라고까지 했다. 청문회인지 취조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지적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