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0억유로(1조1300억원)를 투자해 연산 20만대 규모의 체코공장을 어제 준공,본격 가동(稼動)에 나섰다. 세계 최대 자동차 격전장으로 통하는 유럽시장에까지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자체 유럽전략모델인 i30와 i30cw(왜건형) 외에 기아자동차의 소형 다목적차량(MPV)인 '벤가' 등을 동시에 생산키로 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외를 통틀어 현대차 공장에서 기아차가 생산되기는 이번이 처음인 까닭이다.

더구나 중 · 동부 유럽의 자동차 강국인 체코에서 현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소형차 모델을 집중 생산함으로써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을 실현하는 데도 한몫할 게 틀림없다. 현대 · 기아차는 이번 준공으로 작년 국내 생산대수(311만대)와 거의 맞먹는 연간 283만대 규모의 해외 생산능력을 확보,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의 모습을 갖추게 됐음은 물론이다.

현대차는 2000년대 들어 중국을 비롯 미국 인도 등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해왔다. 국내공장을 통한 수출은 물론 해외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온 셈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고속 성장을 하면서 그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2009년에는 연간 6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되는 데다 미국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려 있는 상황 등을 볼 때 현대차의 글로벌 톱 메이커 부상은 결코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차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파업의 대명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하는 일이다. 툭하면 벌어지는 파업은 자동차의 품질을 의심하게 만들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까지 치명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아울러 글로벌경영 체제를 한층 진전시키고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개발 등에도 온힘을 쏟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인재를 확보해 기술분야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번 체코공장 준공이 현대차가 글로벌 톱 메이커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