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달리는 준중형차 'i30'을 직접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

현대자동차 체코공장 준공식이 열린 24일(현지시간).공장이 위치한 노소비체와 인근 지역은 들떠 있었다. 체코공장에서 일하는 루보미르 예드족씨(37)는 현대차 자랑을 늘어 놓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블라드미르 토쇼브스키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도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가 체코 경제에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체코공장이 채용한 현지 종업원은 2000명.협력업체에서 채용한 4000명까지 합치면 6000명의 고용효과를 냈다. 인근이 들썩이는건 당연한 듯 보였다. 그렇지만 묵었던 호텔 지배인이 체코공장을 '우리 공장'이라고 표현하는 걸 들으니,현대차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이들을 흥분시키는 한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자동차시장의 중심지 독일에서도 그랬다. 프랑크푸르트 인근 뤼셀스하임에서 현대차 딜러점을 운영하는 한스 페터 괴레스씨(39)는 "벤츠나 BMW를 타던 사람들이 현대차를 사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분히 한국에서 온 기자를 의식한 발언이었지만,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그만큼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유럽에서 현대차의 질주는 놀라웠다. 단순히 주요 자동차사 중 유일하게 올 들어 판매증가율(19.8%)을 보이고 있어서가 아니다. 현대차를 바라보는 현지인의 이미지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글로벌 메이커 뺨치는 품질과 경제위기를 맞아 공격적으로 펼친 마케팅이 주효한 결과라는 게 현대차의 자평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운이 좋았다"며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 국내 경쟁사가 나가 떨어진 데 이어,이번 위기 때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휘청거린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래서 현대차에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내년부터는 유럽각국의 '폐차(廢車) 인센티브제'가 없어진다. 이 제도의 수혜를 입은 현대차로선 정면승부를 벌여야할 상황이다. 현지 분위기를 보면 현대차는 어쩌면 정면승부에서도 이겨 '운이 좋아서'라는 시각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침 정의선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하영춘 노소비체(체코)=산업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