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탄소펀드가 1000억원 규모로 공식 출범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9일 국내 13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이 탄소펀드 투자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펀드는 1000억원 규모로 출발한 뒤 다음 달까지 1500억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탄소펀드에 투자한 곳은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에너지관리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STX팬오션 STX에너지 등이다.

다음달에는 삼성물산 포스코 LG상사 한국전력 및 발전 자회사(남부 · 남동 · 동서 · 서부 · 중부발전) 등이 추가로 투자한다.

펀드에 투자한 곳은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 정부 관련부처 산하 유관기관과 탄소배출권 확보가 필요하거나 해외 청정에너지개발체제(CDM)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로 모두 전략적 투자자들이다. CDM사업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이 탄소배출권을 얻을 목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시행하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말한다.

따라서 이 펀드도 CDM사업에 투자해 탄소배출권을 사들인 뒤 13개 투자기업에 현물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펀드 존속기간은 10년이다. 개인투자자의 가입은 받지 않는다.

펀드 운용을 맡은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CDM사업에 집중 투자하되 여유자금은 유럽의 탄소배출권시장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30일 탄소펀드를 통해 한국수자원공사가 파키스탄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력발전 CDM사업으로부터 총 45만t(80억원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수은 관계자는 "수자원공사의 CDM사업에 1억달러의 여신을 제공하는 한편 향후 탄소펀드를 통해 탄소배출권도 사전에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이미 2004년 12월 1억4000만달러 규모의 탄소펀드 1호를 출범시킨 뒤 4호까지 내놓은 상태다.

강동균/김재후 기자 kdg@hankyung.com

◆탄소펀드(Carbon Fund)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선진 각국의 주요 정책 과제가 된 청정에너지개발체제(CDM)를 금융투자 방식으로 해결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펀드를 만든 뒤 이 투자금을 온실가스 저감사업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온실가스 저감사업 결과 발생한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