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로스쿨은 지난 1학기에 로스쿨생 120명을 뽑았다. 하지만 2학기 등록 완료 후 무려 13명이 휴학하거나 자퇴한 사실을 파악하고 깜짝 놀랐다. 결원율이 10%를 웃돌아 당초 계획했던 로스쿨 예산 집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전남대는 결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에 내년 신입생 선발 때 더 뽑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4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전남대처럼 학생들의 휴학,자퇴 증가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 11개 지방대 로스쿨이 '전년도에 발생한 결원수만큼 이듬해 선발인원을 늘려 뽑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법률개정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구했다.

지방대 로스쿨이 이처럼 집단으로 나선 것은 현행 법률 하에서는 결원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간 편입제도를 이용하는 방안이 있으나 서로 학생을 빼내가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편입제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지방대 로스쿨생 이탈은 전남대 13명에 이어 충남대 9명,부산대 8명, 경북대 8명 등 11개 지방대 로스쿨에서 58명에 달했다. 대학당 평균 5~6명 수준이다. 적은 정원으로 힘겹게 로스쿨을 운영하는 지방대로선 운영에 큰 타격을 받을 정도의 이탈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내년에 보다 나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중도에 포기하는 1기 로스쿨생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협의회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로스쿨로 가려는 지방 · 소규모 로스쿨의 학생이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며 "지방대별로 대규모 결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지방대 로스쿨 관계자는 "2010학년도 로스쿨 입시가 본격화되지 않아 지금의 결원 수만으론 얼마나 더 나갈지 판단할 수 없다"며 "입시가 시작되면 이탈 학생이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협의회 관계자는 내달 사법시험 2차 합격자가 발표되면 결원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올해 총 발생 결원수로 따지면 25개 로스쿨 중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규모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교과부 등 관계 기관도 서둘러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교과부 관계자는 "최근 결원 발생 수만큼 신입생 정원을 늘려 뽑게 해달라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의 요청을 받았다"며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과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지만 정원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법무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결원 보충문제로 로스쿨 정원 증원 논란이 재차 불거질 것을 우려해 협의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