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대규모 유상증자설을 사실상 인정하자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떨어져 가격제한폭 근처까지 밀리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싼 값에 신주가 대거 발행되면 물량 부담이 커지는데다 주식수 증가로 인한 주식가치 훼손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증자가 인수ㆍ합병(M&A)을 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간 주가 하락은 어쩔수 없지만 길게 보면 회사의 가치가 커져 증자가 꼭 주가에 악재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5일 오후 2시 33분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5650원(13.80%) 내린 3만5300원을 기록중이다. 주식수 기준 기관의 순매도 상위 1위에 올라있고, 외국인의 매도 상위 종목에도 이름을 올려놓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오후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주주가치의 훼손이 없는 범위 내에서 자본계획의 일환으로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조회공시 답변에서 '검토 중'이라는 것은 사실상 관련 내용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1조원 이상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증자는 주당순자산가치(BPS) 희석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 있으나 주가 희석 효과는 단기간에 마무리되고 오히려 프리미엄 부과도 가능하다"며 하나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4만9000원으로 올리고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유 연구원은 "설령 2조원 넘게 유상증자를 해도 연초 대비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BPS 희석 효과는 최대 6.71%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또 "증자의 목적이 M&A를 위한 자금 마련이기 때문에 외부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희석 효과를 충분히 초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증자의 명분이 다른 금융사와의 합병이라면 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이익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하나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4만3000원으로 올렸다.

이 연구원은 합병이 가능한 금융사로 우리금융을 꼽았다. 만약 KB금융과 합병을 한다면 증자를 통해 자본 여력을 키울 이유가 없고, 외환은행도 대주주인 론스타가 합병을 결의할 이유가 없다고 봐서다. 또 SC제일은행이나 한국씨티은행 등은 매물로 나와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우리금융의 지분 전체를 일괄 매각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시장이나 합병회사에 일부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공적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며 "지분 일부 매각 이후의 잔량은 합병회사와 주식으로 교환해서 주주가치를 높여 추후 다시 재매각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