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경영전문대학원(MBA)은 국내외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겸임교수로 위촉하거나 초청강사로 초빙해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CEO 강사'를 통해 기업경영의 노하우와 산업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부 대학들은 이를 위해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학생들은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CEO들이 어떻게 파악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

CEO들은 실물 경험이 많고 인적네트워크가 넓어 학생들에게 멘토로 다가가기에 최적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CEO들은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며 "학생들은 CEO 특강을 통해 산업현장의 관심사를 듣고 배울 수 있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과 문제해결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한국증권거래소 삼성증권 등 기업 임직원을 외부강사로 초청해 현업을 가르치고 있다. 특강에선 크리스토퍼 우드 에스티로더코리아 회장,이석우 NHN 부사장 등이 나서 최신 업계 동향과 기업체 전략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고려대는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과 제임스 털리 언스트앤영 글로벌 회장 겸 CEO 등 글로벌 기업 대표뿐 아니라 홍성주 전북은행장,김신배 SK C&C 부회장 등 국내 경영자를 특강강사로 초빙하고 있다. 연세대는 미국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며 큰 성공을 거둔 '아시아의 빌게이츠' 스티브 김(김윤종) SYK글로벌 대표와 박경미 휴잇어소시엇츠코리아 대표이사 등을 지난 학기 특강강사로 초청했다.

성균관대는 이번 학기에도 8일 김진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15일 최방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29일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11월5일 조셉 마일링거 한국지멘스 사장,12일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사장,19일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 최고경영자들의 특강을 준비했다.

이화여대는 '기업 M&A 그 과정과 사례'라는 과목을 개설해 홍기두 삼정KPMG 부회장이 한 학기 동안 직접 강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벌어진 기업 M&A의 실제사례를 강의마다 제공하기도 한다. 또 학생들이 직접 전략을 짜보도록 해 현장감이 강의시간 내내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로 경영강좌를 갖기도 했다.

한양대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글로벌 경제와 M&A'를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한양대는 CEO뿐 아니라 정부 관료도 초청해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강우춘 노키아코리아 사장,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이사 등 기업 최고경영자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을 겸임교수로 위촉해 실전에 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강에는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조진욱 한국바스프 대표이사,황성호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박종원 코리안리 대표이사 등이 1학기에 나섰거나 2학기에 특강을 실시할 예정이다.

KAIST는 강사로 활동한 안철수 전 안철수연구소 대표를 최근 석좌교수로 임명했다. KAIST에는 이 밖에 윤석금 웅진홀딩스 회장,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이사,조현문 효성중공업 부사장 등이 강사로 나서고 있다.

CEO 강의의 또 다른 장점은 국내 대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이다. 강의 후 이뤄지는 다과시간은 대기업 대표와 교감할 수 있는 자리이자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강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외국어대 MBA 관계자는 "CEO 특강이 인연이 돼 해당 회사에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있다"며 "CEO 특강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aed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