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26일.반 비르브리트씨 덕분에,한국이 합병되고 그 조약이 29일에 공포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협상에서 전 황제(고종)와 현 황제(순종)가 얼마나 무기력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천주님은 이 슬픈 상황에서 우리를 지켜 주시기를!'

한말과 일제강점기에 43년간 한국천주교를 이끌었던 제8대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1854~1933년)가 남긴 《뮈텔 주교 일기》(전3권,한국교회사연구소 펴냄)가 전집으로 출간됐다. 지난 7월 선종한 최석우 몬시뇰(전 한국교회사연구소장)이 1983년부터 25년에 걸쳐 번역해 낱권으로 나온 것을 전집으로 묶었다.

《뮈텔 주교 일기》는 그가 조선교구장에 임명된 1890년 8월4일부터 선종 직전인 1933년 1월14일까지 사목활동과 교회 안팎의 주요 사건들을 프랑스어로 기록한 것으로 6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는 한 · 일 합병일인 1910년 8월29일자 일기에서 "벌써 9시부터 경무통감부에서는 각 신문이 합병과 관련된 모든 칙서와 법령,포고문들을 주지시키도록 총지휘에 나섰다"며 '그의 나라를 일본 황제에게 순순하게 넘긴다는 황제의 칙서'와 '데라우치 자작의 아주 능숙한 포고문'을 벽보로 접한 한국인들의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했던 뮈텔 주교는 일기에서 한국천주교의 성장 과정은 물론 선교사와 신자들,주한 외교사절과 조선 정부의 외국인 고문들,조선의 관료,고종 황제 등과 만나며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