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결합이 강한 것끼리 묶어라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원칙을 잘 따르기 위해서는 결국 '단어'를 구별하는 능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요령은 어떤 말을 할 때 그것을 한 단어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하나의 단어로 볼 수 있는 말이면 붙여 쓰고, 그렇지 않고 각각의 단어로 읽힌다면 띄어 쓰면 된다.

거기에 비록 독립된 단어들일지라도 단음절어로 이어져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띄어 쓰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면 붙여 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된다.

#남북 정상회담이후 미국의 대 북한정책이 주목되고 있다.

이 문장에서 띄어쓰기를 놓고 고민할 만한 곳은 '남북 정상회담이후… 대 북한정책' 정도가 될 것이다.

개인에 따라선 '주목되고 있다'를 '주목되고있다'로 붙여 써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선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이를 다시 써보면 '남 북 정상 회담 이후… 대 북한 정책'이 된다.

그러나 우리말을 쓰면서 실제로 이같이 적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시각적으로도 어색해 오히려 읽는 사람의 이해를 방해할 뿐이다.

이는 글쓰기의 지향점인 '읽기 쉬움'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히 의미상의 친소 관계를 따져 한 단어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붙여 써야 한다.

우선 '남'과 '북'은 '남한 · 북한'을 줄여 통상 '남북한'으로 쓰고 이를 한 번 더 줄여 '남북'이란 약어로 쓰는 데 익숙해져 있으므로 이를 한 단어로 볼 수 있다. (사전에서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남쪽과 북쪽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뜻하는 '남북'은 단어이지만 '남한 · 북한'을 줄인 말로서의 '남북'은 아직 단어로 올리지 않았다.)

예문에서 보이는 '정상회담이후'는 세 개의 단어가 결합한 것으로,이를 한 단어로 보기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묶을 것인지가 문제이다.

통상 '정상회담'을 하나의 의미 단위로 볼 수 있으므로 '정상회담 이후'라 적는 게 합리적이다.

이를 '정상 회담이후'로 적을 수도 있지만 이는 자연스럽지 않다.

또 개인적 언어 경험에 따라 '남북'과 '정상회담'을 합해 하나의 단위로 묶을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남북정상회담 이후'와 같이 쓸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명사로 연결되는 말의 단위는 의미결합의 정도를 기준으로 띄어쓰기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도가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