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일까,달걀이 먼저일까. 저출산의 원인은 여성들이 결혼을 안 해서일까,결혼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환경 탓일까.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해 상반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학력에 경제적 여유를 즐기는 미혼 여성들('골드 미스')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해석과,자녀 양육과 이로 인한 여성 경제활동의 제약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미혼율을 낮출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통계개발원은 지난 11일 재미있는 분석을 내놨다. 예전 같으면 왕성한 출산이 가능한 나이라고 할 수 있는 30~39세 여성의 미혼율이 2000년 14.6%에서 2005년 26.6%로 두 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 저출산의 핵심 원인이라고 통계개발원은 분석했다. 정부가 아무리 출산 · 육아대책을 내놓아도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데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해석이다. 특히 30~34세 미혼 여성 중 관리 · 전문직 비율이 27.4%나 돼 '골드미스'가 저출산 문제의 중심에 있다고 통계개발원은 지적했다.

이와 반대되는 해석도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자녀 양육의 월간 경제적 부담이 영아(0~2세)가 63만원,유아(3~5세)가 75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출산 · 육아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 결혼을 꺼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영 · 유아투자 비중은 0.47%로 유럽보육위원회(ECNC)의 권고 기준(1%)에 한참 못 미친다.

그렇다보니 골드 미스나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전히 남성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25~29세가 69.3%로 가장 높고,40~49세가 66.0%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육아 부담이 큰 30~34세는 53.3%에 그쳐,60세 이상을 제외한 성인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 실제로 노동부가 지난 3월 남녀 고용평등 국민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59.3%가 여성 취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육아 부담을 꼽았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골드 미스가 저출산의 직접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성들이 결혼하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 사회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가 제도적으로 보장해 준다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