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DTI 확대 약발] 주택 매매시장 '더블딥'…대출규제 무풍지대 강남도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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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2주 전부터 조용해졌어요. 한 달간 매물만 쌓였지요. 대형 아파트들은 2000만~3000만원씩 호가가 빠져서 나옵니다.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K공인 관계자는 16일 점심 때가 다된 오전 11시반에야 중개업소 문을 열었다. 손님도 없는데 일찍 열어봐야 뭐하냐는 표정이었다. 올 중반까지 5억원에 거래되던 이 동네 쌍용2차 175㎡형의 시세는 현재 4억5000만~4억6000만원.
대출규제의 위력이 수도권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 지난 12일 제2금융권까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아파트 가격은 2000만~5000만원씩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에 먼저 '더블딥'(경기 저점에서 잠시 회복하다 다시 경기후퇴가 일어나는 현상)이 찾아왔다는 엄살 섞인 분석도 나온다. 가격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영향도 있는 만큼 향후 집값상승에 대한 우려감을 떨치기도 어렵다고 한다.
◆연이은 대출규제 강화의 위력
대출규제의 직격탄은 서울 강북권과 경기도 신도시가 맞았다. 소형 아파트 인기와 동북권 르네상스라는 호재를 타고 올랐던 서울 상계동의 소형 아파트들도 최근 한 달 사이 1000만~2000만원씩 값이 떨어졌다. 상계동 오피앙 공인 관계자는 "7,8월에 약간 바닥 탈출의 기미를 보여 추석 이후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대출규제 확대 시행으로 완전히 매수세가 끊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과천 집값도 미끄럼을 타고 있다. 8월 중순 7억원에 매매되던 과천주공7단지 59㎡형이 6억6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찾는 이가 없다.
투기과열지역으로 이미 대출규제가 시행 중인 강남권(강남 · 서초 · 송파구)은 DTI 규제 확대 시행 영향이 적을 것이란 예측도 보기좋게 빗나갔다. 제2금융권에도 대출규제가 확대 · 적용된 이번 한 주간 서울 강남권과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락,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내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이는 지난 3월 두 번째주(3월9~13일,0.04% 하락) 이후 7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실제로 매매가 하락은 송파구(-0.11%) 강남구(-0.09%) 서초구(-0.07%) 등 강남3구가 주도했다.
서울 잠실동의 박준 공인중개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를 사려면 대개 다른 지역 아파트를 팔고 대출을 얻어야 하는데 당국이 유동성을 조이면서 매수세가 끊겼다"며 "대출규제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 지난주부터는 매수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하락 주도
대출규제 확대의 충격은 올봄과 여름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재건축추진 아파트에도 강하게 전해졌다. 재건축 가격급등세를 이끈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전용 면적 77㎡의 매매가는 최근 11억8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석 달 만에 1억원 넘게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2금융권 대출규제가 시행된 한 주 동안엔 2000만원씩이나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들 서울지역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값은 이번 한 주간 0.25% 내려 올 들어 최대 주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9월 말 시세보다 많게는 6000만원 이상 내린 재건축 매물도 나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대출규제 '폭탄' 앞에선 '안전진단 실시'란 호재도 명함을 못 내민다. 잠실주공5단지는 안전진단 실시 움직임이 있지만 거래에는 아직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안전진단 확정 이후 문의가 약간 늘기도 했어도 가격부담과 규제강화 움직임에 거래는 뜸하다.
◆신규 분양,상가 투자에만 열중
주택 수요자들은 기존 주택보다 대출규제를 안 받는 신규분양 아파트로 몰리고 자금여력이 있는 투자자들도 김빠진 주택시장에서 벗어나 상가나 오피스텔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규분양을 통해 이뤄지는 집단대출은 DTI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데다 중도금과 잔금 등을 나눠낼 수 있어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것에 비해 수요자들의 부담이 훨씬 적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연소득 6000만원의 직장인이 6억원짜리 주택을 연리 6%로 빌린다고 가정할 경우,DTI 규제 전에는 약 3억원대 초반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1억7000만원 선밖에 대출이 안 된다"며 시장 진정효과가 그만큼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직장인이 기존 주택을 사기보다는 집값 안정을 기대하며 신규 분양에 뛰어드는 시장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규호/노경목 기자 danielc@hankyung.com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K공인 관계자는 16일 점심 때가 다된 오전 11시반에야 중개업소 문을 열었다. 손님도 없는데 일찍 열어봐야 뭐하냐는 표정이었다. 올 중반까지 5억원에 거래되던 이 동네 쌍용2차 175㎡형의 시세는 현재 4억5000만~4억6000만원.
대출규제의 위력이 수도권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 지난 12일 제2금융권까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아파트 가격은 2000만~5000만원씩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에 먼저 '더블딥'(경기 저점에서 잠시 회복하다 다시 경기후퇴가 일어나는 현상)이 찾아왔다는 엄살 섞인 분석도 나온다. 가격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영향도 있는 만큼 향후 집값상승에 대한 우려감을 떨치기도 어렵다고 한다.
◆연이은 대출규제 강화의 위력
대출규제의 직격탄은 서울 강북권과 경기도 신도시가 맞았다. 소형 아파트 인기와 동북권 르네상스라는 호재를 타고 올랐던 서울 상계동의 소형 아파트들도 최근 한 달 사이 1000만~2000만원씩 값이 떨어졌다. 상계동 오피앙 공인 관계자는 "7,8월에 약간 바닥 탈출의 기미를 보여 추석 이후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대출규제 확대 시행으로 완전히 매수세가 끊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과천 집값도 미끄럼을 타고 있다. 8월 중순 7억원에 매매되던 과천주공7단지 59㎡형이 6억6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찾는 이가 없다.
투기과열지역으로 이미 대출규제가 시행 중인 강남권(강남 · 서초 · 송파구)은 DTI 규제 확대 시행 영향이 적을 것이란 예측도 보기좋게 빗나갔다. 제2금융권에도 대출규제가 확대 · 적용된 이번 한 주간 서울 강남권과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락,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내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이는 지난 3월 두 번째주(3월9~13일,0.04% 하락) 이후 7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실제로 매매가 하락은 송파구(-0.11%) 강남구(-0.09%) 서초구(-0.07%) 등 강남3구가 주도했다.
서울 잠실동의 박준 공인중개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를 사려면 대개 다른 지역 아파트를 팔고 대출을 얻어야 하는데 당국이 유동성을 조이면서 매수세가 끊겼다"며 "대출규제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 지난주부터는 매수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하락 주도
대출규제 확대의 충격은 올봄과 여름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재건축추진 아파트에도 강하게 전해졌다. 재건축 가격급등세를 이끈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전용 면적 77㎡의 매매가는 최근 11억8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석 달 만에 1억원 넘게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2금융권 대출규제가 시행된 한 주 동안엔 2000만원씩이나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들 서울지역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값은 이번 한 주간 0.25% 내려 올 들어 최대 주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9월 말 시세보다 많게는 6000만원 이상 내린 재건축 매물도 나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대출규제 '폭탄' 앞에선 '안전진단 실시'란 호재도 명함을 못 내민다. 잠실주공5단지는 안전진단 실시 움직임이 있지만 거래에는 아직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안전진단 확정 이후 문의가 약간 늘기도 했어도 가격부담과 규제강화 움직임에 거래는 뜸하다.
◆신규 분양,상가 투자에만 열중
주택 수요자들은 기존 주택보다 대출규제를 안 받는 신규분양 아파트로 몰리고 자금여력이 있는 투자자들도 김빠진 주택시장에서 벗어나 상가나 오피스텔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규분양을 통해 이뤄지는 집단대출은 DTI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데다 중도금과 잔금 등을 나눠낼 수 있어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것에 비해 수요자들의 부담이 훨씬 적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연소득 6000만원의 직장인이 6억원짜리 주택을 연리 6%로 빌린다고 가정할 경우,DTI 규제 전에는 약 3억원대 초반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1억7000만원 선밖에 대출이 안 된다"며 시장 진정효과가 그만큼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직장인이 기존 주택을 사기보다는 집값 안정을 기대하며 신규 분양에 뛰어드는 시장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규호/노경목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