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시장이 매년 20~30%의 높은 신장세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20~30대 여성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유독 한국에서 명품이 호황을 누리게 한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불황이어도 일정한 월급을 받고 자신만을 위해 소비하는 20~30대 싱글 여성들에게서는 전혀 불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의 명품 고객 가운데 20~30대 여성 비중이 40%를 웃돈다. 롯데 에비뉴엘에서 2030 여성이 명품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2006년 35% △2007년 38.9% △2008년 43.2% △2009년(1~9월) 43.7%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 불황이 본격화한 지난해 이들이 구입한 명품의 매출 신장률은 무려 66.1%에 달했다. 현대백화점도 20~3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2007년 35.4%에서 올해 40.2%로 높아졌고 신세계는 2005년 29%이던 것이 올해 40.8%를 기록했다.

이처럼 2030 여성들이 명품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명품 하우스들의 '매스티지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매스티지란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합성어로 명품 대중화 또는 대중 명품을 가리킨다. 명품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엔트리 명품'(명품족 입문 상품)을 내놓으면서 부유층이 아닌 일반인까지 명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혔다. 그 결과 명품이 맥도날드 햄버거만큼 흔해졌다는 의미에서 '맥럭셔리'란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대중화했다.

중산층 소비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신흥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상향 구매 현상,즉 '트레이딩 업(trading up)'도 두드러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 명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도 자기 소득 수준을 초과해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명품의 구매 연령층도 점차 낮아지면서 20~30대 여성들이 주고객층으로 부상했다는 게 백화점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20~30대 여성들은 어떤 명품 브랜드를 선호할까. 백화점 3사 모두 루이비통,구찌, 샤넬이 1~3위였다. 특히 100만원대의 루이비통 스피디백과 구찌 G로고 자카드백이 트레이딩 업 현상을 주도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명품 업체 국내 법인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8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66%나 급증한 281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구찌코리아도 38% 늘어난 2014억원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신장세를 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