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유상증자를 통해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자기자본을 늘려 사업영역을 확대하려는 이유에서다. 작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축소하기 바빴던 IB(투자은행) 업무도 점차 확대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자금 투입이 구조조정의 서막이라는 다소 '거친' 분석도 나왔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IG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LIG손해보험 등을 대상으로 유상 신주를 발행, 900억원 가량을 조달키로 했다. 유상신주는 총 1800만주로 LIG손해보험(1200만주) 및 이 회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420만주), 우리사주조합(180만주) 등에 배정될 예정이다.

증자 납입이 완료되면 LIG투자증권의 자본금은 기존 800억원에서 17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LIG투자증권 관계자는 "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채권인수 주관, IPO(기업공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IB(투자은행) 업무와 채권 및 파생상품 트레이딩 부문에 주로 투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도 증자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전일 80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이달 초 신용공여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 1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했으나, 추가 ABCP 발행이 어렵자 증자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예정대로 증자를 진행하면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기존 4886억원에서 5693억원을 늘어난다. 자기자본이 늘면 신용공여 한도액도 같이 증가한다. 키움증권은 이익의 약 20%를 신용공여로 벌어들이고 있는데, 현재 한도(자기자본의 100% 이내)가 거의 찬 상태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신용공여 한도는 현재 ABCP를 포함해 6500억원 수준"이라며 "이번 증자와 향후 12개월 추정 이익잉여금을 더하면 7500억원 가량이 되기 때문에 1000억원 가량의 신용공여 한도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트레이드증권도 지난해 100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한데 이어 올 8월에도 24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했다. IBK투자증권과 HMC투자증권 등도 올해 각각 1000억원과 25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했다. 이밖에 애플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등 신생사들도 수 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증권사는 증권, 채권, 파생상품 등 각 업무별로 최소자기자본 규제를 받는다. '고유계정 매매를 하려면 3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한다'거나, '부동산 PF 대출채권 투자한도는 자기자본의 30% 이내로 제한한다'는 식이다.

또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과 비슷한 개념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통해 재무 안정성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자기자본이 많으면 그만큼 사업 여력이 더 생긴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소형사의 잇단 유상증자가 증권사의 차별화를 알리는 '서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보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후발 주자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텀블하는(굴러떨어지는) 신호일 수 있다"며 "업계의 구조조정이 앞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 연구원은 "대형사의 경우 고객 기반이 확고하고 내부 인력 구성도 탄탄해 경기가 회복되면 더욱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이미 갖췄다"며 "반면 중소형사는 경기침체와 증시 부진이 왔을때 대형사보다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