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코리아가 16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캐딜락 올뉴 SRX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데, 종전보다 배기량을 낮추면서 동시에 가격을 내린 게 특징이죠. 시장 확대를 위해 몸집을 '다이어트'한 것입니다.

종전엔 배기량이 3.6ℓ였는데, 이번에 3.0ℓ로 낮췄습니다. 종전 7690만원이던 가격 역시 6350만원(럭셔리) 및 7250만원(프리미엄)으로 큰 폭으로 내렸죠.

수입차에선 처음으로 한글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했더군요. 우리 말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상에서 음성으로 간단한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편의사양 면에선 '없는 게 없을' 정도였죠. 연비가 ℓ당 8.1㎞로 다소 아쉬웠지만,편의사양이 많이 장착돼 무거워졌고 휘발유 연료를 사용하는데다 상시 4륜구동형이란 점을 감안할 때 수긍할 만한 수준입니다.



GM 코리아 측은 내년 한해동안 SRX를 1000대 판매하겠다고 밝혔는데, 많은 비용을 들여 한글 음성인식 장치까지 개발했다는 점에서 이보다 많이 팔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호텔 내 애스톤하우스라는 야외 무대에서 차량을 공개했는데,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GM대우의 릭 라벨 부사장과 제이 쿠니 부사장이 나란히 참석한 겁니다.

한국에 부임한 지 얼마 안된 마이크 아카몬 사장을 제외하면 최고위급입니다.

라벨 부사장은 기자들 앞에서 "캐딜락은 앞으로 GM의 고급 이미지를 끌고 갈 중요한 브랜드"라고 직접 소개하고 사진 촬영에 응하기도 했지요. GM대우 임원들이 GM 코리아 행사에 참여한 것은 작년 1월 캐딜락 CTS 출시 때 이후 약 2년 만입니다.

라벨 부사장에게 다가가 GM 코리아 행사장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는 "특별한 의미는 없고,GM 코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왔다"고 했습니다. 쿠니 부사장도 똑같은 대답을 했지요.



하지만 다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GM대우 임원들의 행사장 방문이 GM 코리아에 얼마나 큰 힘이 됐을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GM의 최고급 브랜드인 '캐딜락' 출시 행사에 대중 브랜드인 GM대우 임원들이 등장한 게 시너지를 내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GM대우 임원들이 GM 코리아 행사장에 모습을 비춘 것은, GM 시보레 브랜드 도입을 앞두고 GM 코리아와의 유대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라벨 부사장은 "GM대우 신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GM대우 마크를 떼고 그 자리에 시보레의 십자가 마크를 다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서 시보레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포드 코리아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신형 세단 토러스을 내놓은 데 이어 GM 코리아도 첨단 사양으로 무장한 SRX를 선보였습니다.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GM대우가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래저래 미국차의 제대로 된 반격이 시작될 조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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