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IFRS 혼란, 금융당국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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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같다. 2011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이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영업이익도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는 엉터리여서 도저히 이대로는 쓸 수 없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회계 기준을 도입한다며 1조원이 넘는 돈을 퍼부은 결과가 23일자 한경 4면에 보도된 IFRS회계의 실상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IFRS를 적용한 회계자료를 검토한 결과 영업이익이나 현금흐름이 기업마다 제각각이고 어떤 기업은 회계정보의 기본인 영업이익조차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영업활동에 대한 분석이 불가능하고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도 제멋대로여서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이나 시계열적 분석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회계자료의 본문만으로는 기업을 분석하기 어렵고 주석은 피해가도 그만이다. 기업마다 회계처리가 달라 전문가 아닌 일반 이용자는 읽어내기도 힘들다. 회계 법인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도 헷갈린다는 것이고 공정가치라는 미명아래 자산가치도 제멋대로여서 역사적 기록인 회계정보로서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사실 혼란은 처음부터 예고돼 있던 것이었다. 조잡한 데다 국제회계기준이라는 이름도 잘못된 것이다. 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는 '국제'라는 단어를 달고 있지만 알고보면 유럽의 스탠더드일 뿐이다. 문제는 한국의 입장이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한국은 2005년부터 IFRS를 국제적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데 남들보다 먼저 총대를 멨다. '아메리칸 갭 GAAP'이 아니라 유럽기준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한 나라는 한국 호주 등 100여개 나라다. 이 중 한국이 유독 이 제도를 먼저 받아들였다. 그래서 IFRS위원회 본부는 한국을 모범국이라며 앞장세우고 치켜세우느라 바쁘다.
이런 와중에 일부 기업들이 IFRS를 적용해본 결과 이처럼 문제 투성이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여름에 개최된 미국 회계학회 연차회의에서는 IFRS가 과도하게 준칙주의적(principle base)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많고 공정가치(fair value)라는 개념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회계기준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요지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당초부터 지적됐던 바로 그 이유들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아직 도입 일정조차 확정하지 않고 있고 일본은 미국이 확정한 다음에 검토한다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IFRS 자체의 조잡성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국제 금융의 중심인 미국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제기준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기 어렵다. 호들갑 떨었던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이를 GAAP와 동등하다고 인정해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오바마 정부 들어 IFRS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어 한국 기업들은 장부를 두 개씩 만들어야 할 판이다. 기업들은 당국이 회계기준을 명확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IFRS는 준칙주의이기 때문에 당국이 구체적 기준을 정하는 규정주의(regulation base)와는 그 본질이 다르다. 회계정보의 수준이 낮고, 혼란은 불가피하며, 더구나 미국의 입장에 따라 명실상부한 국제기준이 될 것인지도 불명이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회계기준원과 공인회계사회,그리고 회계업계는 무엇을 하였다는 것인지.참여 정부는 반미 정권이었으니 유럽기준에 얼씨구나하며 총대를 멨다. 문제는 이 정부 들어서도 교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IFRS를 도입하느라 이미 조(兆)단위의 돈을 쏟아부었다. 호들갑을 떨었던 당국은 지금 꿀 먹은 벙어리이지만 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IFRS 기준의 장부를 만들어야 한다. 이 어처구니 없는 뒤죽박죽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논설위원 경제교육연구소장 jkj@hankyung.com
이 보도에 따르면 IFRS를 적용한 회계자료를 검토한 결과 영업이익이나 현금흐름이 기업마다 제각각이고 어떤 기업은 회계정보의 기본인 영업이익조차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영업활동에 대한 분석이 불가능하고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도 제멋대로여서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이나 시계열적 분석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회계자료의 본문만으로는 기업을 분석하기 어렵고 주석은 피해가도 그만이다. 기업마다 회계처리가 달라 전문가 아닌 일반 이용자는 읽어내기도 힘들다. 회계 법인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도 헷갈린다는 것이고 공정가치라는 미명아래 자산가치도 제멋대로여서 역사적 기록인 회계정보로서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사실 혼란은 처음부터 예고돼 있던 것이었다. 조잡한 데다 국제회계기준이라는 이름도 잘못된 것이다. 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는 '국제'라는 단어를 달고 있지만 알고보면 유럽의 스탠더드일 뿐이다. 문제는 한국의 입장이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한국은 2005년부터 IFRS를 국제적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데 남들보다 먼저 총대를 멨다. '아메리칸 갭 GAAP'이 아니라 유럽기준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한 나라는 한국 호주 등 100여개 나라다. 이 중 한국이 유독 이 제도를 먼저 받아들였다. 그래서 IFRS위원회 본부는 한국을 모범국이라며 앞장세우고 치켜세우느라 바쁘다.
이런 와중에 일부 기업들이 IFRS를 적용해본 결과 이처럼 문제 투성이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여름에 개최된 미국 회계학회 연차회의에서는 IFRS가 과도하게 준칙주의적(principle base)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많고 공정가치(fair value)라는 개념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회계기준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요지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당초부터 지적됐던 바로 그 이유들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아직 도입 일정조차 확정하지 않고 있고 일본은 미국이 확정한 다음에 검토한다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IFRS 자체의 조잡성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국제 금융의 중심인 미국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제기준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기 어렵다. 호들갑 떨었던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이를 GAAP와 동등하다고 인정해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오바마 정부 들어 IFRS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어 한국 기업들은 장부를 두 개씩 만들어야 할 판이다. 기업들은 당국이 회계기준을 명확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IFRS는 준칙주의이기 때문에 당국이 구체적 기준을 정하는 규정주의(regulation base)와는 그 본질이 다르다. 회계정보의 수준이 낮고, 혼란은 불가피하며, 더구나 미국의 입장에 따라 명실상부한 국제기준이 될 것인지도 불명이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회계기준원과 공인회계사회,그리고 회계업계는 무엇을 하였다는 것인지.참여 정부는 반미 정권이었으니 유럽기준에 얼씨구나하며 총대를 멨다. 문제는 이 정부 들어서도 교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IFRS를 도입하느라 이미 조(兆)단위의 돈을 쏟아부었다. 호들갑을 떨었던 당국은 지금 꿀 먹은 벙어리이지만 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IFRS 기준의 장부를 만들어야 한다. 이 어처구니 없는 뒤죽박죽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논설위원 경제교육연구소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