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일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인근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점심시간이 갓 지난 시각인데도 내부는 연말 쇼핑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윤강열 타임스퀘어 기획팀 과장은 "승용차 2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이 지난 8월 개점 이래 주말마다 꽉 찬다"고 말했다. 타임스퀘어의 총 점포는 500여곳으로 CGV,교보문고 등 대형 유통 세입자(키 테넌트 · Key Tenant)를 포함한 200여 업체에 모두 임대 완료됐다. 개점 첫달 570억원을 기록한 매출액은 현재 월 900억원을 넘는다. 윤 과장은 "내년 7월까지 연 매출액이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타임스퀘어를 다녀온 다음 날인 지난 3일.이번에는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동남권유통단지)를 찾았다. 국내 최대 복합 쇼핑몰이라는 광고 문구가 무색할 만큼 내부는 썰렁했다. 입점이 이뤄지지 못해 텅 빈 공간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일부 입점한 상인들도 손님이 없다보니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청계천에서 사업을 하다가 이곳으로 왔다는 강성일 태흥직물 사장은 "매출은커녕 손님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좀 나아지겠지'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점 전부터 초대형 복합 쇼핑몰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송파구 가든파이브 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 서남권과 동남권의 유통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들 복합쇼핑몰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우선 분양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타임스퀘어의 소유주인 경방은 초기 상권 활성화가 쇼핑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판단,철저하게 임대 분양 방식을 채택했다. 타임스퀘어 기획팀의 윤 과장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기보다 매장 하나하나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전체 매장의 75%에 달하는 면적에 키 테넌트를 유치해 상권의 초기 주목도를 높인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SH공사가 분양한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복원 사업에 따른 주변 상인들을 위한 이주 대책용이라는 당초 조성 취지에 발목이 잡혔다. 박병옥 가든파이브 대표(전 SH공사 동남권유통단지 사업단장)는 "이주전문상가라는 타이틀에 문제가 있었다"며 "서울시로서는 지금도 청계천 상인을 입주시키려고 애쓰지만 SH공사 입장에서는 저조한 분양률로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든파이브의 총 8000여개 점포 가운데 3700여개만 분양이 이뤄져 분양률은 40% 남짓에 불과하다.

가든파이브에 입주한 한 청계천 상인은 이와 관련, "서울시가 청계천 상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고분양가(전용면적 7평 기준 1억~5억원)를 책정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건물만 으리으리하게 지어 놓고 정작 필요한 기계조차 못들여오는 현 구조로는 도저히 상가 활성화가 될래야 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영등포 부도심 상권이 형성돼 있어 유동인구 흡입에 유리했던 타임스퀘어와는 달리 가든파이브는 서울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위례신도시,문정 법조단지 등 주변 개발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양측의 상반된 결과를 낳은 요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가든파이브도 앞으로 주변 개발사업이 가시화될 3~4년 뒤쯤이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김미리내 인턴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