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투자회사인 SBI코리아홀딩스가 국내 최초의 벤처캐피털업체인 한국기술투자(KTIC)의 경영권 인수를 선언했다. 이는 국내 벤처캐피털에 대한 외자기업의 첫 공격적 인수합병(M&A)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카하시 요시미 SBI코리아홀딩스 대표이사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KTIC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지분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이르면) 내년 1월15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늦어도 3월 정기주총을 갖고 경영권을 장악하겠다"고 밝혔다.

SBI코리아홀딩스는 2008년 6월 250억원을 출자해 KTIC의 지주회사인 KTIC홀딩스 지분 65%를 취득했으며,현재 KTIC의 지분 30.5%(KTIC 홀딩스 지분 4.5% 포함)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카하시 대표는 "한국은 성장성이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SBI그룹이 글로벌시장에서 벌여온 다양한 금융투자 노하우를 접목시켜 KTIC를 5년 내 시가총액 1조원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SBI코리아홀딩스는 지난해 LS네트웍스컨소시엄에 매각한 이트레이드증권을 설립한 바 있으며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자산운용 등에 공동투자하고 있다.

SBI코리아홀딩스의 공격적 M&A 선언에 따라 KTIC 대주주 중 한 명인 서갑수 전 회장 및 일가와의 경영권 다툼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BI 측은 "장내에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데다 우호세력을 합치면 보유지분이 50%를 넘는다"며 경영권 인수를 자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전 회장은 "우호세력을 규합하고 있으며,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 다각적인 방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전 회장은 이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SBI 측이 전 경영진과 회사를 악의적으로 모함해 주가를 떨어트린 후 주식을 매집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우호적이고 건전한 외국인투자자를 유치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SBI 측이 요구한 다음 달 임시주총이나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SBI코리아홀딩스와 서 전 회장 일가 간 KTIC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SBI코리아홀딩스는 2002년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일본 SBI홀딩스가 100% 투자해 설립한 투자회사.SBI홀딩스는 1999년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로 설립됐으며,2005년 분리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