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산업경기는 전체적으론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전자와 반도체,철강,기계 업종은 호조가 예상된다. 경쟁력이 강화된 데다 중국 중동 아세안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덕분이다.

자동차와 섬유,석유화학업종은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부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조선 및 건설업종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포스리 등 경제단체와 관련 연구소들의 전망을 토대로 새해 산업경기를 전망한다.

전자 작년 4분기부터 생산,수출,내수부문 모두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런 양상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TV,대형냉장고 등은 고가제품 시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소비가 위축됐던 시장들이 순차적으로 예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휴대폰도 제품 다양화로 신흥시장과 유럽 중심의 점유율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는 작년보다 4.1% 증가한 176조원,수출은 13.5% 늘어난 133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역시 237조원으로 작년 대비 7.7% 늘어날 전망이다.

TV 부문에서는 LED(발광다이오드),3D(3차원) 등 신기술이 접목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패에 따라 업체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세계 TV 시장 1,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 리더십과 브랜드 파워를 감안할 때 한국 기업들의 강세가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월부터 LED,3D TV 신제품을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반도체 호조세를 이어가며 경기회복을 주도할 전망이다. 2009년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지만 반도체시장이 본격적인 안정세에 진입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상반기 급격한 하락을 보인 수출은 4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 들었다. 가격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인데다 시장점유율이 향상된 덕분이다.

이 같은 기조는 새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론 생산은 전년보다 27.4% 늘어난 301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도 385억달러에 달해 전년보다 24.4%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DDR3와 같은 프리미엄시장 선점에 따라 채산성도 향상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DDR3는 DDR2에 비해 속도는 50% 높인 반면 전력소비량은 30% 줄인 '그린반도체'를 말한다. 새해 2분기까지는 전세계 D램의 50%를 차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 대만 경쟁 업체에 비해 1년 이상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기술 시프트 양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내년 중반 이후에는 한국 업체들의 지배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내수 상승세는 작년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수출은 작년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 자동차 내수판매는 전년에 비해 18.8% 증가했다. 노후차 세금감면 효과를 톡톡히 본 덕분이다. 새해부터는 세제지원이 사라진다. 자동차 회사들이 신차를 쏟아내며 소비자를 유혹할 계획이지만 작년만한 내수성장세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새해 내수판매가 140만대로 작년보다 2.2% 늘어 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정반대다. 작년 자동차 수출은 205만대로 전년보다 23.6%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금액으로는 350억달러로 28.5% 줄었다. 새해에는 중동 남미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구체적으론 230만대를 수출해 작년보다 1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으로도 405억달러에 달해 효자 수출종목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전인 2008년의 268만대(49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 생산 및 내수에서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수출도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작년의 침체상태를 털어 버리고 회복기를 맞이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국내외 철강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덕분이다.

내수부문은 조선을 제외한 주요 수요산업의 생산 및 설비투자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SOC(사회간접자본)투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작년보다 12.2% 증가한 5140만t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해외 철강가공기지 확충에 따른 수출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5.9% 증가한 214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는 특히 오랫동안 지속됐던 포스코 중심의 독주체제가 다자간 경쟁체제로 바뀌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이 오는 5일 용광로에 처음으로 불을 댕기는 화입식을 갖고 1고로를 본격적으로 가동,연산 4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운영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은 연산 300만t 규모의 전기로를 본격 가동해 열연제품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브라질에 제철소를 건립 중이어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선 작년 최악을 기록했던 조선업종은 새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건조)과 수출 모두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발주가 끊겨 기존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과정에서 인도 연기와 수주 취소 등도 발생하고 있다.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이나 유가 상승에 힘입은 해양플랜트 등이 부진을 만회하고 있지만 수출 등 전세계적인 물량 감소로,특히 컨테이너선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주 잔량이 2년~2년6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생산은 작년보다 7.7% 감소한 1200만 CGT,수출은 6.5% 줄어든 4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계는 부족한 운영자금을 메우기 위해 기존에 수주하지 않았던 선종까지 계약에 나서는 '생존형 수주'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 작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기계업종 업황은 새해엔 한층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해 국내 설비투자는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는 자동차,전자,석유화학 등 생산설비 투자확대와 수출 기업에 대한 설비 및 부품 납품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한 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도 중국,중동,인도,아세안 등 신흥시장이 수요를 이끌어 300억달러대에 재진입(2009년 278억달러)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계업종은 작년 국내외 수요 급감으로 생산,내수,수출 모두 두자릿수 하락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렸다.

섬유 수출 부진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낸 섬유업종은 새해엔 수출이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내수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여 수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경기 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보여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회복으로 생산도 소폭이지만 3.0%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내수 역시 작년 대비 4.1%의 완만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석유화학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해온 석유화학업종은 새해에도 이런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승폭은 소폭에 머물 전망이다. 내수부문은 작년보다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전자 등 전방산업의 회복이 기대되지만 합성수지,합섬원료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렇다. 수출은 중국 수출 물량 증가와 중동,아프리카 등 수출시장 다변화로 작년보다 3.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및 중동의 신규 설비 완공에 따른 공급 확대로 수출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 국내 건설수주는 작년에 비해 0.9%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로는 민간부문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반면,공공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 나타났던 공공부문 호조,민간부문 침체와는 반대의 양상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민간부문은 주택수주가 재개발 · 재건축,공공택지 내 사업,공급 연기물량 위주로 회복세를 보여 작년보다 23.3% 증가한 69조원으로 전망됐다.

공공부문은 작년보다 23.1% 줄어든 47조원 규모에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공공 토목수주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2기 신도시,보금자리주택 등 공공부문 주택 수주는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수주금 자체로는 2008년 수준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영춘/장창민/송형석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