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한 작품만 만들기를 고집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로와정, 노윤희(29)와 정현석(29) 부부작가다.

로와정은 연애시절부터 '관계'라는 주제로 같이 작업을 해왔다. 2007년 정현석씨가 첫 개인전을 준비할 때 연인이었던 노윤희씨가 아이디어 등 작업을 도와준 게 둘이 한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 비슷한 점이 많았던 이들은 알고 보니 생년월일도 같았다. 대학 동기인 이들은 20대 초반 계약커플로 만났으나 계획과는 달리 2008년 1월, 결혼에 골인했다.

정현석씨는 "같이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한 명의 작가로 불려지길 바라며 각각의 성을 딴 '로와정' 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밝히며 "평생 무조건 같이 작업하기로 합의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설치와 드로잉 작업을 주로 하는 이들이 작품 하나를 완성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6개월에서 1년 정도. 아이디어가 생기면 둘이 대화를 시작하고 이를 서로 객관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중간에 아이디어가 묻히기도 하고 의견이 조율되면 이를 더 심화시켜 작품으로 완성한다.


노씨는 아이디어를 심화시키는 작업을 주로 하고 정씨는 그것을 트리밍한다. 이들에게 '작업'이란 '매일 둘이 싸우는 일'이다. 한번은 전시회 몇 일전에 심하게 싸워 작업이 중단돼 곤혹을 치른 적도 있었다. 그래서 한 달에 3~4일 안식일도 뒀다.

노윤희씨는 "365일 붙어있어야 하니 주기적으로 각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이제는 서로 붙어 지내는 게 익숙해졌는지 안식일에도 같은 방에 있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정현석은 "둘이 작업을 같이한다는 의미가 '1+1=2'이 아니라 '0.5+0.5=1'"이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가 메워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부부애를 과시했다.

르와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미술관에서 12월24일부터 개최하고 있는 '2009 작가-중심 네트워크: DECENTERED'전에 참여했다. 이번에도 이들은 '관계, 내가 적극적으로 만든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설치작품을 통해 던진다.

로와정은 이번 작품을 구상하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는데도 꼬박 1달이 넘게 걸렸다. 이들은 "그룹 초대전은 처음이기도 하고 서울과 부산, 광주를 도는 순회전이라 이번 전시 참여는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 등을 적극 활용해 좀 더 다양한 곳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기획한 '2009 작가-중심 네트워크: DECENTERED'전에는 로와정을 포함해 2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 미술관에서 이달 3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2월 5일부터 3월 14일, 6월 8일부터 7월 7일까지 각각 열린다.

뉴스팀 김시은 기자 showti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