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출구(Exit) 딜레마… 아시아는 자산버블,선진국은 더블딥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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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된다.”… 출구 전략 언제 어떻게?
"너무 늦게 혹은 너무 빨리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돌입해 경기 회복세에 브레이크를 거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작년 9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각국 대표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의 긴축정책과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1990년대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 등 설익은 출구전략으로 실책을 저지른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였다.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은 1929년 이후 4년간 침체 속에 빠졌던 미국경제가 1934년부터 회복 기미를 보이자 1937년부터 증세와 긴축재정 등 재정부문의 출구전략을 시행해 경기 급락과 주가 폭락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일본은 1993년부터 버블붕괴 후 침체에서 탈피하기 시작하자 1997년 4월부터 소비세 인상과 긴축재정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면서 경기급락과 금융위기 등 극심한 후유증을 앓았다.
⊙ 출구 딜레마 빠진 정부
세계 각국의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주가와 환율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출구전략 돌입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2%(전분기 대비 연율)로 4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각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출구전략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이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0.0~0.25%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유럽(1.0%) 일본(0.1%) 영국(0.5%) 등이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 정책을 편 데다,국채 매입 등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한 양적완화가 시행되면서 자산버블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버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증시는 지난해 말에 비해 84.7% 급등했고 중국(81.4%) 인도(78.8%) 대만(70.3%)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타고 있다.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등의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자산 버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정작 아시아 각국은 출구전략을 도입하지도 미루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선진국들이 여전히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다간 자칫 해외 핫머니 유입으로 자산 시장에 더욱 거품이 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책 여파로 극심한 재정난에 처한 선진국들도 가뜩이나 약한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까 노심초사하며 출구전략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 타이밍 · 속도가 관건
성급한 출구전략은 경제가 이중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Dip)'을,도입이 늦춰지면 '인플레'와 '자산 버블'을 초래하는 만큼 적절한 타이밍과 속도가 출구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국가마다 경제위기 정도와 경제회복 속도가 상이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맞춤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지나친 위기대응은 새로운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고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금융시장의 회복이 확실하고 더블딥 가능성이 없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경계를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융권 유동성 공급 및 단기 금융시장 지원 규모를 축소함에 따라 출구전략은 이미 시동을 건 상태다.
하지만 중앙 정부의 국채 매입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글로벌 경제 회복이 본궤도에 오른 뒤인 2010년 하반기께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이스라엘(1.0%) 호주(3.75%) 노르웨이(1.5%)만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뿐 아직까지 대부분의 국가는 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 정책은 대부분 국가에서 올 1분기 중 끝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000억달러 한도의 국채매입 한도를 모두 채웠고 영국중앙은행(BOE)은 총 1830억파운드(약 2908억달러)의 국채를 사들였다.
경기침체에 따른 국채수익률 상승(국채가격 하락)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완화가 유동성 폭탄과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려면 제도 종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2.2%(전 분기 대비 연율)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은 2010년 상반기까지 2~3분기 연속 경기가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 9월께 기준금리를 현재 0.25%에서 0.5%로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에 비해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고 재정난에 처한 그리스 아일랜드 등의 국가부도 리스크가 높아진 유럽은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금리인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경제가 완만한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공식 발표한 일본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미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iciici@hankyung.com
"너무 늦게 혹은 너무 빨리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돌입해 경기 회복세에 브레이크를 거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작년 9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각국 대표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의 긴축정책과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1990년대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 등 설익은 출구전략으로 실책을 저지른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였다.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은 1929년 이후 4년간 침체 속에 빠졌던 미국경제가 1934년부터 회복 기미를 보이자 1937년부터 증세와 긴축재정 등 재정부문의 출구전략을 시행해 경기 급락과 주가 폭락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일본은 1993년부터 버블붕괴 후 침체에서 탈피하기 시작하자 1997년 4월부터 소비세 인상과 긴축재정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면서 경기급락과 금융위기 등 극심한 후유증을 앓았다.
⊙ 출구 딜레마 빠진 정부
세계 각국의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주가와 환율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출구전략 돌입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2%(전분기 대비 연율)로 4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각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출구전략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이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0.0~0.25%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유럽(1.0%) 일본(0.1%) 영국(0.5%) 등이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 정책을 편 데다,국채 매입 등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한 양적완화가 시행되면서 자산버블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버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증시는 지난해 말에 비해 84.7% 급등했고 중국(81.4%) 인도(78.8%) 대만(70.3%)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타고 있다.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등의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자산 버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정작 아시아 각국은 출구전략을 도입하지도 미루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선진국들이 여전히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다간 자칫 해외 핫머니 유입으로 자산 시장에 더욱 거품이 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책 여파로 극심한 재정난에 처한 선진국들도 가뜩이나 약한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까 노심초사하며 출구전략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 타이밍 · 속도가 관건
성급한 출구전략은 경제가 이중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Dip)'을,도입이 늦춰지면 '인플레'와 '자산 버블'을 초래하는 만큼 적절한 타이밍과 속도가 출구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국가마다 경제위기 정도와 경제회복 속도가 상이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맞춤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지나친 위기대응은 새로운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고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금융시장의 회복이 확실하고 더블딥 가능성이 없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경계를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융권 유동성 공급 및 단기 금융시장 지원 규모를 축소함에 따라 출구전략은 이미 시동을 건 상태다.
하지만 중앙 정부의 국채 매입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글로벌 경제 회복이 본궤도에 오른 뒤인 2010년 하반기께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이스라엘(1.0%) 호주(3.75%) 노르웨이(1.5%)만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뿐 아직까지 대부분의 국가는 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 정책은 대부분 국가에서 올 1분기 중 끝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000억달러 한도의 국채매입 한도를 모두 채웠고 영국중앙은행(BOE)은 총 1830억파운드(약 2908억달러)의 국채를 사들였다.
경기침체에 따른 국채수익률 상승(국채가격 하락)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완화가 유동성 폭탄과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려면 제도 종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2.2%(전 분기 대비 연율)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은 2010년 상반기까지 2~3분기 연속 경기가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 9월께 기준금리를 현재 0.25%에서 0.5%로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에 비해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고 재정난에 처한 그리스 아일랜드 등의 국가부도 리스크가 높아진 유럽은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금리인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경제가 완만한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공식 발표한 일본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미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