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지난 주말 원 · 달러 환율은 달러당 1130원에 마감돼 올들어서만 벌써 40원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달러당 1600원 선까지 넘봤던 것과 비교하면 30%가량에 이르는 하락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전(달러당 1109원)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환율이 이처럼 하락하는 이유로는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대규모 무역흑자와 경상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주식시장 등에서의 단기차익을 겨냥한 투기성 짙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지배적 의견이다. 증시로 들어온 달러 자금은 지난 1주 동안에만 1조2000억원을 상회한다. 지난 한 해 동안 80조원 이상의 국내 주식 및 채권을 사들이며 환율하락과 주가상승을 유발했던 달러 캐리 자금 유입세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달러 자금의 유입과 환율 하락이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원화가치 오름세가 더 이어지면 환율 효과를 누려왔던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특히 올해는 원화가치 상승에 원자재가격 상승, 금리인상 등이 겹치면서 3고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어서 걱정이 더하다.

게다가 밀려든 달러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금융시장으로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다거나 세계 경제에 더블딥이 도래(到來)한다면 그런 일은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 실제 미 금융당국은 주식시장이나 상품시장에서 또다른 거품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금리인상 리스크에 대비하라"는 경고 메시지까지 내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런 점에서 최근의 환율 급락세는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브라질처럼 토빈세를 도입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금융 당국은 달러화 유출입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개입 등을 통해 적절히 수급을 조절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기업들이 기술개발 품질개선 등을 통해 하루 빨리 환율의존 체질에서 탈피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