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였던 이스라엘과 독일이 베를린에서 18일 역사적인 합동 내각회의를 가졌다.

AFP통신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고위급 장관들이 이날 베를린을 방문,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독일 장관들과 합동 내각회의를 갖고 중동평화회담 재개와 이란 핵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두 정부의 합동 내각회의는 2008년3월 이스라엘에서 처음으로 열렸으며,제2차 세계대전때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 계획됐던 독일 땅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독일 정부 대변인은 “독일이 이처럼 합동 내각회의를 가진 것은 프랑스와 폴란드 등 일부 국가들뿐”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에서 특히 이란의 핵위협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이란에 합리적이고 투명한 협조 방안을 제시했지만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이란은 협조할 의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이란을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핵폭탄 제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강경한 제재를 촉구했다.이에 앞서 양국 장관들은 경제 환경 인권 군사 부문의 양국간 공조를 약속하는 협정에 서명했다.네타냐후 총리는 “아주 생산적인 회의”였다고 자평했다.

이날 회의는 2005년 베를린 중심가에 세워진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한 이스라엘 정상과 각료들이 독일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보여줬다는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이스라엘 각료 대표단에는 자신의 부모가 나치 강제수용소의 생존자인 다니엘 헤르슈코비츠 과학부 장관이 포함돼 있다.그는 이날 베를린 중심가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는다“며 ”그러나 현재의 독일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우방“이라고 말했다.

나치의 대학살에 희생된 유태인 수는 600만명으로 알려졌으며,이스라엘은 2차대전 종전 3년뒤인 1948년에 건국됐다.독일은 수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394억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했으나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여전히 독일제 물품 구매나 독일 방문을 거부하고 있다.양국은 1965년에 국교를 수립했으며 이스라엘에 독일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큰 교역국이자 유럽내 가장 강력한 우방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