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 주변 사람들은 속도 모르고 요즘 신나는 사람은 창업컨설턴트밖에 없다는 농담을 던지곤 했다. 창업이 늘면서 컨설턴트들이 바빠질 것이라 생각해서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나서서 무료로 상담하고 대출까지 연계해주니 유료 상담은 눈씻고 찾아보기 어려웠다. 요즘은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교육을 하고 상담해주니 일부 1인 컨설턴트는 이전보다 바빠졌겠지만 우리처럼 기업형 회사는 수익모델을 다양화할 수밖에 없다.

한때는 정부가 나서는 바람에 민간이 시장원리에 따라 성장하는 기회를 뺏는다는 원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내 직업이 그만큼 공익성이 강한 분야라는 걸 새삼 느낀다. 정부의 교육 프로그램을 받은 창업자들을 만나면 안심이 되고 창업자들에게 정부 프로그램을 필수코스로 활용하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상품의 질이나 브랜드 못지않게 착한 기업에 호감을 느낀다. 이 때문에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을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산업은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존립 목적 자체가 사회적 책임에 기반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창업 컨설팅 못지않게 공익성이 강조되는 분야다.

올해는 프랜차이즈 인증제가 도입된다고 한다. 우수하고 믿을 만한 프랜차이즈 업체를 공인 기관이 인증해준다는 것이다. 기대 효과는 창업 안전성을 높이고,또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해외 진출 등 다양한 부문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인증제 도입을 두고 혹자는 앞으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체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고,우수 업체와 신생 업체 양극단만 남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인증제 도입이 신생 기업의 창업 의지를 꺾을 것이며,가맹사업 성패에서 창업자 마인드가 중요함에도 인증받은 기업의 가맹점이 되면 모두 성공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인증제 도입 여부를 떠나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이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수익은 늦은 밤까지 쉬지도 못하고 치열한 자영업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가맹점을 통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가끔 너무 화려한 경영을 하는 본사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고생하는 가맹점주들을 생각한다면 본사는 화려한 구호와 마케팅보다 최대한 경비를 절약하며 검소한 경영을 해야 하고 현장을 떠나지 않는 야전사령부 같아야 하는 건 아닐까.

모든 논쟁은 이해당사자들의 입장 때문에 시끄러워진다. 하지만 나를 버리고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면 좀 더 현명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기반은 가맹점주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okceo@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