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현재 전국 주요 역을 대상으로 민자역사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무 말썽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을 찾아 보기 힘들다. 창동,왕십리,신촌 등 이미 개발이 끝났거나 현재 진행 중인 역사들마다 노량진 역사처럼 각종 소송 등으로 사업이 장기화되고 선분양,중복 분양 등으로 인해 계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했다.

실제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창동민자역사의 경우 사업주관자와 시공사가 수차례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 당초 사업주관자로 선정됐던 시행사가 노량진역사에서처럼 입점권을 미리 팔았고 브로커가 개입돼 웃돈까지 붙어 시장에 나돌았다. 하지만 새로 사업을 인수한 시행사가 이 같은 선분양을 인정하지 않자 원래 계약자들이 몰려가 시위를 하는 등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당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졌던 민자역사 개발 사업이 이처럼 파행으로 치닫게 된 것은 시행 능력과 자금이 없는 부실 업체를 사업 주관자로 선정한 게 1차 원인"이라며 "사업 주관자가 능력이 없다 보니 선분양과 이중 · 삼중 계약을 통해 마구잡이식 자금 조달에 나서게 되고 결국 끊임없는 소송과 분쟁이 초래돼 사업이 장기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업자를 선정했다면 코레일이 직접 나서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하는 데도 코레일 측은 정작 문제가 터질 때까지 뒷짐만 지고 있다가 사고가 터지면 '나 몰라라' 식으로 대응해 투자자들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노량진민자역사와 계약한 한 투자자는 "신문에 나온 분양 공고를 보고 노량진역 내 설치된 홍보관에서 계약을 했는데 이제와서 코레일이 아무 것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