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리콜로 기업 이미지가 손상된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매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회사도 위기에 처했지만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들도 마음이 조마조마하긴 마찬가지다.

휴일인 지난달 31일 뉴욕주 욘커스 센트럴파크 애비뉴에 있는 웨스트체스터 도요타 매장.매장에 들어서자 십여대의 자동차가 눈에 띈다. 전시 공간 두어 곳에선 세일즈 맨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캠리' 저가 모델을 구매하길 원한다고 운을 떼자 매니저인 제임스 곤잘레스(37)는 2010년형 캠리 LE모델이 전시된 쪽으로 안내한다. 대부분의 고객이 인터넷으로 신차 정보를 파악하고 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듯 곧바로 가격 협상을 하려고 한다.


캠리도 리콜 대상이 아니냐고 묻자 "리콜 차량은 모두 공장으로 보냈고 현재 딜러숍에는 리콜 해당 차량이 한 대도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들어가자 9년 경력의 베테랑 세일즈 매니저인 곤잘레스씨는 조급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도요타는 이 모델의 소매 추천 판매가격(MSRP)을 2만3500달러로 제시하면서 500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값을 얼마나 깎아줄 수 있느냐고 묻자 잠시 기다려 보라고 한 뒤 돌아와 2만1000달러에 팔 수 있다고 선심 쓰듯 말한다.

선뜻 구매를 결정하지 않자 금세 오늘 거래하는 조건으로 2만달러에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한다. 계속 시간을 끌자 가격이 1만9000달러까지 내려간다. 뉴욕주 일대에서 가장 큰 딜러로 꼽히는 웨스트체스터는 이 같은 파격 할인을 통해 이날 겨우 11대의 차를 팔았다.

여러 메이커의 신차와 중고차를 함께 판매하는 2차 딜러들은 타격이 더 심하다. 뉴저지 리치필드에서 딜러숍을 하는 L 사장은 "리콜 후유증으로 도요타 차를 팔기가 상당 기간 어려울 것 같다"며 "보유하고 있는 도요타 차를 손해 보고라도 경매로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콜 사태가 터진 뒤 주말 미국 내 도요타 딜러숍을 찾은 고객은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의 존 맥엘레나 회장은 "리콜로 미 전역 1200여곳 도요타 딜러들의 한 달 매출이 25억달러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경쟁사 딜러에는 도요타차 소유주들의 발길이 늘었다. 하지만 당장 실제 구매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도요타에 이어 혼다까지 인도에서 창문 스위치 결함으로 2007년산 '시티' 모델 8500여대를 리콜하기로 하는 등 일본 차의 안전신화가 잇달아 무너지고 있다. 혼다의 전 세계 리콜 규모도 68만대에 달한다. 중국 베이징청년보는 1일 "도요타의 리콜이 일본 제조업은 물론 전 세계 실물경제 위기의 리먼 사태가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부품의 전자화가 문제라고 전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가속 페달,제동장치,운전장치 등 주요 기능을 점차 전자제품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만큼 충분한 기술적 검증을 거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의 가속 페달은 엔진의 케이블과 연결돼 있었지만 지금은 전자센서가 운전자가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지를 감지해 엔진시스템에 신호를 보내 통제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