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의 차기 호위함(FFX) 24척이 오는 6월부터 순차적으로 발주된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방산물자지정 조선업체들 간의 수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STX조선해양이 최근 지식경제부에 FFX 사업 관련 방산업체 추가 지정을 신청,군함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500t급 호위함 24척 발주 '시동'

2일 조선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해군은 오는 6월 FFX 사업 관련 군함 발주를 위해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번에 발주하는 FFX는 2500t 규모로 광개토대왕급으로 불리는 KD-I급 구축함(3000t)보다는 작지만 해군용 무기인 현무-3를 탑재,화력은 훨씬 강한 함정이다. 대공유도탄과 3차원 레이더를 장착해 기존 호위함보다 대공 공격 및 방어능력이 우수하고 대잠수함 헬기를 탑재해 다양한 해상작전도 펼칠 수 있다. 정부는 FFX 개발 및 양산을 위해 총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6월 입찰공고를 거쳐 7월께 2~3척을 우선 발주할 계획이다. 선도(先導)함(1호함)은 설계도면 확보를 위해 현대중공업이 개발을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는 "매년 2~3척씩 공개입찰을 거쳐 순차적으로 군함을 발주,오는 2020년까지 최대 24척을 건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FX 가격은 척당 5000억원(선박 건조부문은 약 1500억~2000억원)이다. 그는 "2006년부터 FFX 도입을 위해 투자 및 기본설계 작업 등을 추진했지만 국방 예산문제 등으로 그 시기가 변경돼 올 상반기부터 발주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군함 발주가 가시화되면서 조선업체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선 수주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군함 발주가 시작돼 업계에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이라며 "군함 수주에 따른 직접적인 이익보다는 향후 해외 수출과 연계될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FFX 방산업체 추가 지정 논란

대규모 군함 발주에 시동이 걸리면서 방산물자지정 조선업체간 신경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STX조선이 지경부에 FFX 사업 진출을 위한 추가 방산업체 지정을 신청하면서다. 지경부와 방위사업청은 최근 FFX 방산업체 추가 지정을 검토하기 위해 실사단을 구성,최종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STX조선을 FFX 사업 방산업체로 지정하면 대상 사업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한진중공업 3개사에서 더 늘어나게 된다. STX조선은 현재 소규모 함정인 윤영하급(570t) 고속함만 건조하고 있다.

기존 FFX 사업 지정 조선업체들은 STX조선의 신규 시장 진입에 반발하고 있다. 함정사업 관련 물량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가동률 저하 및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대형 조선업체의 한 특수선 담당 임원은 "현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의 방산 설비 가동률은 20~30% 수준을 밑돌고 있다"며 "방산 사업에선 무한경쟁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방산물자지정 업체가 늘어나면 군함 선가는 내려가지만 기술력 및 품질 유지는 점점 힘들어진다"며 "정부의 함정 및 잠수함 발주 상황에 따라 매번 조선업체들끼리 서로 관련 기술자를 빼내는 상황만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STX조선은 군함 등 방산관련 사업 역시 시장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윤영하급 군함 사업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한 만큼 FFX 사업 진출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사업 참여자가 늘면 경쟁이 활성화되고 수출 경쟁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