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난치병 치료·노화방지…줄기세포에 달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1세기는 '바이오 인슈어런스' 시대
전세계 500개사 치료제 개발중…10년후엔 상용화 '수명 연장' 기대
지방줄기세포 활용한 화장품·성형 시술도 활발
전세계 500개사 치료제 개발중…10년후엔 상용화 '수명 연장' 기대
지방줄기세포 활용한 화장품·성형 시술도 활발
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와 노화 방지를 해결할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500여개 줄기세포 관련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최소 250여종의 난치병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3년 후부터 줄기세포가 급성척추 손상,망막색소 변성증(실명) 등의 난치병 치료에 적용되기 시작해 10년 후에는 그 치료제가 수십,수백종에 달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 치료의 현황과 전망을 정형민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치료연구센터 소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태아와 산모를 연결해주는 생명끈인 태반과 탯줄에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정란이 자궁내벽에 착상하면 수정란과 자궁에 분화가 일어나 태반이 만들어진다. 수정란의 일부는 태반의 일부인 융모막으로,자궁의 일부는 태반의 가장 바깥 부분을 둘러싸는 탈락막으로 각기 변한다. 태반의 절반은 태아에서,나머지 절반은 산모에서 왔다는 얘기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태반줄기세포 연구가 본격화하기 이전에 이미 의약품과 화장품에 태반추출물을 사용해왔다. 태반추출물 의약품은 최근 진행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결과 효과가 떨어지는 일부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태를 겪긴 했지만 갱년기 장애와 간질환에 유효하다는 적응증 허가를 받고 시판 중이다.
태반추출물은 아미노산,핵산,비타민B군 등 비타민류,무기질,단백질,여성호르몬,난포자극호르몬,테스토스테론,인슐린양성장인자(IGF-1),DHEA 등을 함유한 것으로 분석되나 규명되지 않은 줄기세포 또는 그 배양물에 대한 효과는 더 연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때 인기를 모았던 태반추출물 화장품은 태반 수거 및 제조 공정에서 오염 우려가 있다는 지적 등에 따라 현재 시판 금지 상태다. 이에 따라 차비오앤디오스텍(대표 문병우)은 태반융모판 줄기세포를 분리 · 증식하는 기술을 이용해 배양물 중 유효 성분을 재조합단백질로 양산해 화장품으로 개발했다.
배아줄기세포 배양물의 재조합단백질도 화장품에 첨가하고 있다. 줄기세포의 특성을 발휘해 피부 재생 및 피부 손상 치유 효과가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줄기세포 화장품으로는 지방줄기세포 유효 성분,식물줄기세포 유래 물질,줄기세포 활성인자 등을 첨가한 제품이 국내외에서 시판 중이다.
탯줄 속에는 약 80~100㏄의 혈액(제대혈)이 들어 있는데 일반 골수(조혈모세포)에 비해 10배 농축된 줄기세포를 함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백혈병 등의 혈액질환 치료에 이용되고 있으며 점차 활용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미래에 닥쳐올 불의의 질환에 대비하는 '바이오 인슈어런스(Bio Insurance)' 차원에서 출생 직후에는 탯줄과 태반을,젊고 건강할 때에는 자신의 골수 · 말초혈액 · 지방줄기세포를 장기 보관하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말초혈액에서 혈액줄기세포나 면역세포를 미리 채취했다가 암이나 혈액질환에 걸렸을 경우 이를 치료제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태아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제대혈줄기세포는 세분하자면 태아줄기세포이며 넓게 보면 성체줄기세포의 범주에 속한다. 세 가지 분류의 줄기세포 중 분화 및 증식 능력은 배아줄기세포가 훨씬 뛰어나고 태아줄기세포가 성체줄기보다 근소한 차이로 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윤리적 문제가 없고 세포의 채취가 용이한 데다 30년 넘게 골수 및 제대혈을 이식한 풍부한 경험이 축적돼 연구 결과가 많으나 분화 및 증식 능력이 떨어지는 게 한계다.
이에 따라 최근엔 다시 배아줄기세포로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가장 원시적 상태의 줄기세포로 수정란,난자,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를 삽입한 상태에서 추출한다. 면역거부반응이 다른 줄기세포들 가운데 가장 약하므로 약 100가지 종류의 배아줄기세포를 확보한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80~90% 이상에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줄기세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40여종 이상의 배아줄기세포를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장차 국민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안티에이징 치료 중가장 활발한 게 지방줄기세포 이식 성형이다. 복부나 엉덩이에서 뽑은 지방세포를 쑥 들어간 볼살이나 빈약한 가슴이나 엉덩이 등에 주입해 체형미를 개선하는 시술이다. 이에 쓰이는 지방세포치료제는 순수지방세포 또는 지방 전단계 세포(시중에서 지방줄기세포로 통용)를 단순 분리한 것과 이를 체외에서 증식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차바이오텍은 전자에 해당하는 '오토스템'을 최근 내놓았고,안트로젠은 후자인 '아디포셀'을 2년 전부터 마케팅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성형시술용 자가지방세포를 성형 · 피부클리닉에서 자체적으로 만들거나,보건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에 맡기면 세포조작 중 세포가 감염되거나 이식 후 세포 수가 현저하게 감소하는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 의사의 테크닉도 중요해 적절한 깊이의 피부층에 주입하지 않으면 인접 조직이 괴사할 수 있다.
이처럼 줄기세포 치료제는 이론과 실제 임상 적용의 차이,연구 단계에서의 윤리적 제약,양산 및 상품화,감염 및 품질관리,고가의 비용 대비 낮은 효율 등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어려움을 차츰 극복해가면서 미래 의학의 중심축에 진입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