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우려되는 중국의 '금융핵무기'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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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됨에 따라 그 배경과 해석을 놓고 월가의 시장참여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장단기 대표금리는 각각 10년물과 2년물 국채금리다. 이들 금리차가 지난해 12월의 경우 1%포인트까지 축소됐다가 그후 불과 2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2.3%포인트 넘게 확대됐다. 주로 기준금리에 연동돼 움직이는 단기채 금리는 변동이 없었으나 10년물 장기채 금리가 2%포인트 이상 급등한 탓이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수익률 곡선상에 장단기 금리가 벌어지면 그 나라 경기는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경제는 작년 4분기 성장률이 6년 만의 최고치인 5.7%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 잇달아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도 회복세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1월 중순 이후 지속돼 왔던 '리스크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에 진입한 증시도 비교적 좋은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장단기 금리차를 종전처럼 이론대로 '미국경기 회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과대한 재정 지출로 그동안 우려해왔던 장기채 시장의 수급 구조가 '초과 공급'으로 크게 흐트러지고 있는 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미국의 재정적자가 적어도 올해까지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선 10년 이상 장기채의 신규 발행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1990년대 후반 클린턴 대통령 시절 크게 축소됐던 30년 이상 최장기 국채시장을 다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규모 신규 발행으로 국채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유 국채를 내다팔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중국이 보유 국채를 내다팔 경우 미국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그동안 간헐적으로 거론돼 왔던 '금융핵무기 시나리오' 카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에도 지난해 10월까지 지속적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던 중국이 11월부터는 내다 팔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342억달러의 보유국채를 매각해 같은 달 115억달러를 매입한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줌에 따라 실제로 중국이 이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만기 구조와 해외 자원 확보 등을 위한 보유외화 사용다변화 계획을 감안하면 당분간 더 팔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처분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자국이 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초과공급'으로 장기채 수급 구조가 과다하게 흐트러진 상황에서 중국이 보유국채를 팔기 위해서는 덤핑매각이 불가피해 무역흑자 등으로 쌓아둔 중국의 외화자산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점은 현재 중국 경제각료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이 보유국채를 내다팔 경우 미국은 자국의 저가시장에서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제품의 수입을 막을 수 있다. 미국도 사회 폭동과 인플레 등의 부작용이 따르고 한국 등 다른 국가들도 어렵겠지만 그 어느 국가보다 중국이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로서도 최악의 선택이다. 각국의 협조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어렵게 금융위기를 극복해 이제 막 회복의 싹이 돋는 '그린 슛' 단계에서 양대 중심국인 미국과 중국이 극단적인 갈등구조로 간다면 세계경기는 또다시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로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만을 겨냥한 보호주의로 대공황에 빠졌던 1930년대 세계경제가 대표적인 예다.
미 · 중 관계를 포함한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질서는 '차이메리카'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미국 하버드대의 퍼거슨 교수가 처음 사용한 '차이메리카'는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로 주도권 확보경쟁 속에도 서로 생명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관계를 의미한다.
현 시점에서 점증하는 미국의 각종 압력에 맞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금융핵무기 시나리오' 사용과 같은 극단적인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세계경제를 위해서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국의 장단기 대표금리는 각각 10년물과 2년물 국채금리다. 이들 금리차가 지난해 12월의 경우 1%포인트까지 축소됐다가 그후 불과 2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2.3%포인트 넘게 확대됐다. 주로 기준금리에 연동돼 움직이는 단기채 금리는 변동이 없었으나 10년물 장기채 금리가 2%포인트 이상 급등한 탓이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수익률 곡선상에 장단기 금리가 벌어지면 그 나라 경기는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경제는 작년 4분기 성장률이 6년 만의 최고치인 5.7%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 잇달아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도 회복세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1월 중순 이후 지속돼 왔던 '리스크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에 진입한 증시도 비교적 좋은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장단기 금리차를 종전처럼 이론대로 '미국경기 회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과대한 재정 지출로 그동안 우려해왔던 장기채 시장의 수급 구조가 '초과 공급'으로 크게 흐트러지고 있는 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미국의 재정적자가 적어도 올해까지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선 10년 이상 장기채의 신규 발행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1990년대 후반 클린턴 대통령 시절 크게 축소됐던 30년 이상 최장기 국채시장을 다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규모 신규 발행으로 국채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유 국채를 내다팔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중국이 보유 국채를 내다팔 경우 미국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그동안 간헐적으로 거론돼 왔던 '금융핵무기 시나리오' 카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에도 지난해 10월까지 지속적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던 중국이 11월부터는 내다 팔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342억달러의 보유국채를 매각해 같은 달 115억달러를 매입한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줌에 따라 실제로 중국이 이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만기 구조와 해외 자원 확보 등을 위한 보유외화 사용다변화 계획을 감안하면 당분간 더 팔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처분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자국이 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초과공급'으로 장기채 수급 구조가 과다하게 흐트러진 상황에서 중국이 보유국채를 팔기 위해서는 덤핑매각이 불가피해 무역흑자 등으로 쌓아둔 중국의 외화자산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점은 현재 중국 경제각료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이 보유국채를 내다팔 경우 미국은 자국의 저가시장에서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제품의 수입을 막을 수 있다. 미국도 사회 폭동과 인플레 등의 부작용이 따르고 한국 등 다른 국가들도 어렵겠지만 그 어느 국가보다 중국이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로서도 최악의 선택이다. 각국의 협조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어렵게 금융위기를 극복해 이제 막 회복의 싹이 돋는 '그린 슛' 단계에서 양대 중심국인 미국과 중국이 극단적인 갈등구조로 간다면 세계경기는 또다시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로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만을 겨냥한 보호주의로 대공황에 빠졌던 1930년대 세계경제가 대표적인 예다.
미 · 중 관계를 포함한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질서는 '차이메리카'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미국 하버드대의 퍼거슨 교수가 처음 사용한 '차이메리카'는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로 주도권 확보경쟁 속에도 서로 생명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관계를 의미한다.
현 시점에서 점증하는 미국의 각종 압력에 맞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금융핵무기 시나리오' 사용과 같은 극단적인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세계경제를 위해서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