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 망령이 시장에 떠도는 가운데 월가의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이 "천문학적 국가부채에 시달리는 일본이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아시아지역 담당 칼럼니스트인 페섹은 22일 '헤지펀드들이 그리스 다음 타자는 어디일지 찾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가 최근 재정적자 우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하토야마 정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을 계기로 일본이 (재정위기와 관련해) 그리스 이후 요주의 관찰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은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경상흑자를 기록 중이며 가계저축도 15조달러에 달하는 등 그리스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일본이 현재 직면한 국가부채 문제는 간단히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페섹은 일본이 맞닥뜨리고 있는 최대 악재로 디플레이션과 고령화,도요타 일본항공(JAL) 등 간판기업들의 잇따른 부진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아울러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가신용등급(현재 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신평사들이 일본 경제를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점도 큰 문제로 꼽았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는 1955년 이후 최대인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하는 등 디플레 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으로 물가 변동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가운데서도 하토야마 정권은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고 페섹은 꼬집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오는 4월 시작하는 2010회계연도에도 국채 발행 규모를 기록적으로 늘려 재정 부족을 채우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며 "일본 정부가 그리스처럼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의 도움으로 공공부채를 은폐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