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만에 꺾인 국내 경기선행지수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경기선행지수 추이가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력이 커 전체적인 공감대 향방에 따라 투자심리 회복 여부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경기선행지수가 증시와 동행하는 지표인 만큼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여전히 플러스권을 유지하고 있고 추세적 하락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생산은 전년동월 대비 기준으로 36% 증가해 33년6개월만에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6-9개월 뒤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전년동월대비)는 13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생산·소비·투자도 지난해 12월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1월 이후 계속 상승곡선을 그려왔던 경기선행지수(전년동월비)는 지난 1월 0.3%포인트 떨어졌다. 경기선행지수는 건설·기계수주액, 재고·출하증가율, 종합주가지수 등 9가지 통계를 종합해 앞으로 6-9개월 뒤의 경기가 어떤 모습을 띌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경기선행지수 하락 구간에서는 기업이익도 하향 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란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따라서 외국인 매수세 둔화와 함께 증시 조정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코스피와 경기선행지수의 높은 상관성을 고려할 때, 증시는 조정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 애널리스트는 "지난 10년간 국내증시가 경기선행지수와 상반된 행보를 보였던 적은 2004년 하반기와 2008년 상반기 두 차례에 불과하다"면서 "이 역시 시차의 문제였을 뿐 결국 조정은 동반되는 흐름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세는 상반기 중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 애널리스트는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항목들 중 지난 1년간 경기선행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유동성과 장단기금리차, 소비자기대지수 등 5개 항목이 반락한 가운데 환율하락과 유가상승으로 교역조건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고점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시에 반영된 재료인 만큼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을 찍고 빠지게 되는 구간에서는 시장이 모멘텀을 잃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을 형성한 이후 마이너스권까지 진입할 개연성이 높지 않다는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선행지수 고점 논란은 이미 시장에 반영 중이고, 선행지수의 하락기간도 비교적 짧을 기간에 진행되면서 플러스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란 주장이다.

서 연구원은 "선행지수 반락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따라서 선행지수의 정점 논란 역시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시장의 초점은 미국 고용지표 개선 여부가 될 것"이라며 "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실업률 발표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발표되는 미국 실업률이 10% 이하에서 형성된다면 두달 연속 10% 아래에 머무르게 되기 때
문에 시장은 실업률 지표에 대해서는 안도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포인트를 둘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경수 토러스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경기선행지수 반락은 중기적으로 모멘텀이 둔화되는 것이지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선행지수는 방향성이 꺾이는 당시 시점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길어도 내달 안으로 변수로서 영향력이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중국이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었고, 그 다음으로 한국이 12월에 선행지수가 고점을 형성한 것으로 나탔다"면서 "특히 과잉투자 등과 동반한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기저효과가 소멸된 것이어서 정상적인 단계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제 중국 전인대 이후 정책 방향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지고 이달 중순에 발표가 집중돼 있는 2월 경제지표 결과가 깜짝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중국 투자 및 소비에 초점을 맞춰 반도체와 자동차, 해운, 유통, 정유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