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최종 결정됐다.

강남구는 "5일 안전진단 자문위원회(위원장 김정태 경희대 교수)를 열고 은마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용역결과를 검증한 결과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날 발표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허용을 계기로 맹정주 강남구청장과 강북권을 대리해 재건축 연한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이노근 노원구청장을 각각 만나 인터뷰했다.


◆강남구,안전진단 지원하겠다

맹 구청장은 "은마아파트에 직접 가보면 실제 얼마나 노후돼 있는지 잘 알 수 있다"며 "이곳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 해결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압구정 현대 등 강남구에서 재건축이 필요한 아파트 단지에 대해 구청이 직접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은마는 지난해 법 개정 이후 구청이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한 첫 사례다.

은마아파트 안전진단에 들어간 용역비는 총 2억3883만원.맹 구청장은 "안전진단 비용은 아파트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2억원 정도 든다"며 "정당한 절차에 의해 신청한 단지는 큰 부담 없이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건축을 원하는 아파트 단지가 안전진단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연한을 넘겨야 하며,구청이 승인한 추진위원회가 설립돼야 한다. 추진위가 50% 이상 주민 동의를 얻어 구청에 신청하면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은마아파트는 31년 된 노후 아파트로 지금까지 네 차례 안전진단을 신청한 끝에 이번에 통과됐다. 맹 구청장은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난 1월 강남구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재건축 안전진단의 합리적인 기준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강북권 반발
"은마도 하는데…" 노원구의 재건축 반격

이 구청장은 "서울시의 재건축 연한 개정과는 상관없이 관내 노후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부터 실시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사람도 나이보다는 체력이 더 중요한 게 아니냐"며 "실제로 은마아파트에서도 살아봤지만 노원구 일대 노후 아파트에 비교한다면 '궁궐'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강남북 간 형평성 문제를 들어 현행 최대 40년으로 돼 있는 재건축 연한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며 이에 반대하는 서울시와 국토해양부를 규탄했다.

실제 은마아파트 재건축 허용이 알려진 직후 노원구청장실과 관련부서마다 "왜 우리는 재건축을 못하게 하느냐"는 노원구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와 국토부가 제대로 된 현장조사도 없이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재건축 연한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며 "먼저 노후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해 이를 근거로 재건축 연한 개정을 강력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행 법령상 1988년 준공된 상계주공 등 21개 단지(3만4000여채)가 재건축을 하기 위해선 2022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노원구는 이를 2012년까지로 단축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서울시에 줄곧 요구해 왔다.

한편 2006년 민선4기 강남구청장으로 취임한 맹 구청장(63)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10회)에 합격,조달청 차장과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을 거쳐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지냈다. 같은 시기 노원구청장으로 선출된 이 구청장(56)은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행정고시(19회)를 거쳐 서울시 주택기획과장,시정기획단장,종로구 부구청장 등을 역임했다.

이호기/성선화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