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입사인 A사는 국내 정유사로부터 휘발유,등유,경유를 구입해 주유소 등에 공급하고 있다.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면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보다 국내 정유사로부터 구매하는 쪽이 훨씬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7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 수입사들의 수입량은 2007년 총 231만7000배럴,2008년 120만3000배럴,지난해 72만배럴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석유 수입사의 전성기였던 2002년 2669만5000배럴과 비교하면 지난해 총 수입량은 2.7%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나마 경유,등유 등 경질유를 주로 수입했을 뿐 휘발유 수입량은 2006년 이후 전무하다. 대표적 수입업체도 농협 계열사인 남해화학을 비롯해 페트로코리아,페트로이엔지,이지석유 4개사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정유사들의 제품을 받아 쓰는 거래방식으로 연명하는 석유 수입사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석유 수입사들이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들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 대리점으로 전환한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석유수입업을 시작해 한때 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타이거오일은 2004년 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을 판매하다가 2007년 석유유통업에 뛰어든 STX에 인수됐다.

석유수입사는 국내 4대 정유사의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1998년 도입됐다. 2000년대 초반 100여개에 달했던 석유 수입사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60개사가 남아 있으나 대부분 이름뿐인 수입사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 국제가가 국내가보다 높아져 정유사들도 수출을 하고 있는 판에 수입업체들이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