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출 수 있는 한 계속 무대에 설 겁니다. "

다음 달 9~11일 발레 갈라공연 '더 발레'(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로 약 1년 반 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강수진씨(43)의 다짐이다. 강씨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열심히 발레하는 것 외에 다른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불혹을 넘겼지만 열정은 젊은 후배들 못지않다.

"요즘도 하루에 10시간 정도 발레 연습에 매달려 있어요. 아침 7시부터 집에서 개인연습을 시작해 발레단에서의 클래스,그리고 작품 연습과 리허설 등을 합니다. 올해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의 공연 외에 다른 발레단 객원 출연,갈라 초청 공연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

'더 발레'는 강씨가 엄선한 작품을 직접 초청한 무용수들과 함께 선보이는 갈라 무대다. '더 발레'에서 강씨는 클래식 발레부터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다양한 작품 4편을 공연한다. 이 중 '카멜리아 레이디'는 강씨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1999년 이 작품으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8년 전 강씨의 '카멜리아 레이디' 전막 공연을 기억하는 국내 발레 팬들에겐 희소식이다. 또 '구름'에서는 강씨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첫 주역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상대역을 했던 이반 카발라리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다.

이외에도 국내 초연작인 우베 슐츠의 '스위트 No.2',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최신작 '베이퍼 플레인즈(Vapour Plains)' 등에서 공연하게 된다. 강씨는 "이 중 '베이퍼 플레인즈'는 5분 정도로 짧지만 특이한 2인무"라면서 "파트너 무용수인 제이슨 레일리(캐나다 국립발레단)는 마치 헤라클레스처럼 나를 들어올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지상에 내려놓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또 "피아니스트의 라이브 연주,서호주발레단 소속 무용수들과 '스위트 No.2' 초연 등은 모두 나에게 새로운 구성이니만큼 기대가 크다"면서 "국내 팬들도 기대해 주시고,기대만큼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양인 최초로' 스위스 로잔 콩쿠르 1위,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부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 선정 등 수많은 '최초'기록을 세운 개척자다.

이처럼 '최초'로 새로운 길을 걸어온 강씨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 선수의 활약상을 각별하게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발레로 치면 다른 선수들은 주역무용수나 솔리스트라고 할 수 있지만,김연아씨는 프리마 발레리나였어요. 한마디로 그녀의 스케이팅은 '아름다웠습니다'.다른 선수들과 달리 연아씨는 테크닉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카트리나 비트(독일 피겨 스케이터) 이후 연아씨처럼 동작 하나하나를 부드럽게 표현해내는 선수는 보지 못했어요. 전체적으로 몸이 균형잡혀 있었고 특히 팔의 움직임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