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올 들어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거래량은 늘고 가격도 상승 하는 등 채권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채권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데다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5년 이상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장기금리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5년물 국고채 금리는 8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보이며 최근 4% 중반대까지 떨어졌고, 10년물 금리는 1년여 만에 5% 초반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장기금리 하락은 통상 경기둔화의 전조로 여겨진다는 데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인 채권, 그것도 장기채 인기가 높다는 것은 향후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 예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장기채 중심의 채권시장 호황은 다소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실제 최근 각종 지표와 경제동향을 보면 경기 회복세를 낙관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월 경기선행지수는 1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진은 아직도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은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인 긴축을 통해 서서히 출구전략에 나설 태세다.

물론 경기회복 불씨가 꺼진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폭설과 한파, 일부 세제지원 종료 등 일시적 요인 때문에 1월 경기선행지수가 떨어졌지만 전반적인 경기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어느 쪽 이야기가 옳든 정부는 채권시장 동향과 관련, 총체적인 경기상황을 두루 재점검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그리고 만약 경기둔화가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그 기간이 최대한 단축되도록 선제적 대응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당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자칫 현실로 나타나는 경기둔화 조짐을 외면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