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대체 뭡니까…."

경남 마산시 의회가 '수정지구 공유수면매립사업 협약 동의안'을 통과시킨 지난 8일 STX그룹의 한 임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질질 끌던 STX중공업의 조선기자재 공장 건립안이 승인됨에 따라 수정산업단지 조성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지만,오히려 난처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숙원(宿願)이었던 수정만 투자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STX 측이 마냥 즐겁지 않은 사연은 이렇다.

4년 전인 2006년 3월.마산시는 STX에 조선기자재 공장을 수정만에 지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조선 호황기였던 당시 기존 설비만으로는 물량을 대기에 힘이 부쳤던 STX는 흔쾌히 승낙했다. 이 회사는 수정만에 공장을 지어 최대 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주변에선 인근 지역에 미치는 경제 유발효과만 연간 6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지역사회 전체가 들뜨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STX는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쳤다. 일부 지역주민들이 보상문제와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반발에 나선 것.그렇게 2년이 흘렀다. 공장 설립에 반대하는 수정마을대책위원회는 2008년 6월 마산시와 STX중공업을 상대로 '일반산업단지 개발협약 무효확인 소송'까지 냈다. 이후 STX는 지속적으로 수정만 주민을 위한 보상계획을 제시했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반대 기류는 더 거세졌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도 미지근했다. 그렇게 또 2년이 지난 뒤에야 마산시 의회는 STX의 공장 설립을 사실상 승인했다.

문제는 지나가버린 4년의 시간이다. 논란과 갈등으로 허송세월하는 동안 조선시황이 악화되면서 STX가 당장 조선기자재 공장을 건설하기 힘들어졌다. 투자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실기(失機)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땅을 받으면 마냥 놀릴 수도 없는 처지다. STX는 당초 계획보다 공장 규모를 줄이거나,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쪽으로 재검토 작업에 나서야 할 판이다. STX 임직원들이 수정만을 바라보며 아직도 한 숨을 내쉬고 있는 이유다.

"수정만 투자가 꼬이는 동안 중국 다롄에 자금을 다 쏟아부었는데,마산시와 시민들은 이제 와서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장창민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