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분야의 국제협력을 촉진하고 평화적 이용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2010 세계 원자력 정상회의(SHAPE 2010)'가 어제 핵무기를 비핵국가에 대한 위협수단으로 사용하지 말 것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울선언'을 채택하고 사흘간 일정을 모두 마무리지었다. 한국경제신문이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하고 기후변화 · 에너지대책포럼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19개국 관련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핵무기 없는 세계를 비롯 핵확산 금지조약의 전망,다자간 안보협력,핵 비확산과 인력양성,국제 공동 핵연료주기 방안 등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우리나라가 사상 최대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후 이뤄진 이 회의는 원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자리로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 세계 각국이 '원전 르네상스'를 기치로 향후 20년 동안 430기의 원전을 신규 발주할 예정이고,우리나라가 이중 20%를 수주함으로써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운찬 국무총리가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사용한 핵연료를 자원으로 재활용하고 고준위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선진 핵연료주기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올 하반기로 잡혀 있는 한 · 미원자력협정(2014년 만료) 개정 협상을 앞두고 핵심 현안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을 통한 사용 후 핵연료의 재활용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선 셈이다.

사용후 핵연료 문제가 국가 현안으로 부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원전에 쌓인 사용 후 핵연료는 이미 1만t을 넘어선 지 오래고,현재 가동 중인 20기의 원전에서 연간 700t이 추가로 발생,오는 2016년이면 기존 원전의 저장능력도 포화상태에 이르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부 계획대로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8기를 추가로 지을 경우 사용 후 핵연료 처리는 엄청난 사회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재처리이지만, 현행 한 · 미원자력협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 핵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플루토늄 추출 없이 사용 후 핵연료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을 대안(代案)으로 내세워 미국 측과의 협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우리가 명실상부한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핵심 분야인 재처리문제를 해결,핵연료 주기기술의 자립이 전제조건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이 일본에 재처리를 허용한 선례가 있는 만큼 미국과의 협상력을 보다 높여 파이로 프로세싱을 통한 핵연료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