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수출 확대를 위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재차 요구했다. 약 40년 만에 대통령 직속의 수출위원회도 다시 설치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 발언의 불똥이 한국으로 튀어 12일 원화 환율은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 수출입은행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수출구상' 실천안을 발표했다. 구체안으로는 △수출진흥내각 구성과 대통령 직속 수출위원회 재설치 △무역금융 확대 △환태평양 무역협정인 환태평양 파트너십(TPP) 협상 추진 △신(新)통상외교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접근 △전략물자 수출통제 시스템 개혁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무역수지 흑자 국가들이 내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계 경제 불균형을 해소(리밸런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보다 시장지향적인 환율정책으로 전환하면 글로벌 경제 균형 달성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식재산권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역대표부(USTR)가 '반위조무역협정' 등을 포함한 새로운 협정을 진전시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 기업들에 손실을 끼치는 지재권 위반을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대외무역에 관한 자문기구인 대통령직속 수출위원회를 설치해 짐 맥너니 보잉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우르술라 번스 제록스 CEO를 위원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수출위원회는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에도 설치돼 운영된 적이 있다. 오바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와 같은 핵심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는 미국적 가치를 지키면서 기존 협정을 진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재확인했다.

한편 원 · 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5원30전 내린 1128원3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 · 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2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19일(1127원50전) 이후 처음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 환율도 하락(가치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서는 위안화 절상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시아 통화 가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유승호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