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로 불리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이달 말로 끝난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2008년 10월 연 5.25%였던 정책금리를 지난해 2월 연 2.0%까지 낮췄다. 지난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결정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했으니 13개월 동안 연 2.0%의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998년 통화정책 운용방식을 통화량 중심에서 정책금리 중심으로 바꾼 뒤 최장 기간 금리가 동결됐으며 역사상 최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저금리는 일단 환영할 일이다. 돈을 빌려 쓰는 데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 자산이나 유가증권을 사들이는 '레버리지 투자'의 경우 금리가 낮을수록 이자비용이 줄게 된다. 당연히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은 커지게 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저금리를 무조건 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금리란 게 경제의 전체적인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1970~1980년대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갈 당시 금리는 연 10%를 웃돌았다. 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고 기대수익률도 높다.

대표적인 투자수익률 잣대인 장기 채권금리도 연 4~5% 수준이란 점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장기 채권금리가 최근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지표물인 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진 이후 크게 떨어져 지난해 초 연3.7%대까지 하락했다가 경기회복의 흐름을 타고 지난해 10월 연 5.1%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연초 이후 하락폭만 0.7%포인트에 이른다.

한 시중은행장은 "이제 우리 경제도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갔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일본은 금리가 최근 10년간 제로(0)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이 10년간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역동성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