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뜸했던 핫머니의 활동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국 간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에 차이가 남에 따라 금리 통화가치면에서 핫머니가 활동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최근 위험 수위까지 도달했던 공격 대상은 유로화다. 그리스 재정 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겨냥한 헤지펀드형 핫머니의 통화 투기 성격이 짙다. 1990년대 초 유럽 통화위기 당시 주범이었던 소로스펀드의 개입설과 함께 벌써부터 유럽 통화동맹이 깨지는 것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보다 앞서 핫머니의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렸던 국가가 중국이다. 핫머니의 성격상 정확한 규모는 추정할 수 없지만 중국 정부는 작년 9월 이후 매달 평균 150억달러 이상의 핫머니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많은 자금의 유입으로 부동산 값이 급등하고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시각이다.

이달 들어서는 위안화 절상을 겨냥한 핫머니의 활동이 활발하다. 4월 말 미국의 개도국에 대한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불가론'을 폈던 인민은행 총재를 비롯한 중국 경제각료들이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핫머니들에 확신을 주고 있다.

정도와 성격 차는 있지만 러시아 브라질 등 다른 국가들도 핫머니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주가의 상대적인 저평가와 고금리에 따른 통화가치 상승을 겨냥한 전형적인 캐리트레이드 성격의 핫머니가 이들 국가에 들어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 각국 간 차별화된 출구전략이 본격화할 경우 이런 성격의 핫머니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제2 통화위기를 우려한 독일,프랑스 등 유로존 중심국들이 그리스 지원에 나서는가 하면 자체적인 안정기금에 해당하는 유럽통화기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마찰을 빚을 정도다. 다른 한편으로 핫머니의 환투기를 막을 수 있는 범세계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의 대응은 더 강력하고 신속하다. 작년부터 실물거래인 경상계정 이 외의 자본거래를 엄격하게 통제해 나가는 동시에 최근에는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내부 규정을 대폭 손질해 핫머니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브라질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도 핫머니를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미 브라질은 외국자금을 규제하기 위해 외환거래세를 도입했다. 러시아도 중앙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시중은행의 외환예치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기업의 해외 대출에 고율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 등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다른 국가에 비해 유입되는 외국자금이 건전하긴 하지만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최근에 들어오는 외국자금은 경로와 투자방법이 종전과 다르다. 작년 말까지 달러캐리 자금을 중심으로 증시에 치중됐던 유입 경로가 이제는 채권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8 대 2였던 외국인의 주식 대 채권 투자 규모가 최근에는 6 대 4로 바뀌어 채권 비중이 급속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투자 방식에 있어서는 작년 말까지 외국인은 달러를 들여와 환전하지 않고 국내 스와프 시장에 빌려준 뒤 원화를 빌려 채권에 투자해 이자차익을 따먹는 '무위험 차익거래'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원화 강세를 예상한 환차익까지 노리는 '재정거래'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 자금이 갑자기 유출되는 이른바 '서든 스톱'의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유출되면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

핫머니 자금의 공격 대상에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만큼 기존의 대책을 보완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입되는 외자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화 레버리지 규제와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돼 왔던 토빈세 도입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놓을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