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이 올 상반기 기업 경영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미 · 중 환율 분쟁 격화와 일본의 엔화 약세 유도 움직임 등이 겹쳐지고 있어서다.

최대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가능성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폐막 직후 가진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 나라의 환율은 그 나라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각국이 강제적인 방법으로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를 절상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미국에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위안화 절상) 압력은 중국의 통화정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위안화 가치가 결코 평가절하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다음 달 15일 의회에 제출할 '개발도상국에 대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오바마 정부는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하고,이를 위해 수출 확대가 시급한 만큼 중국과 환율 전쟁도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한발 더 나아가 '슈퍼 301조'를 부활시켜 전방위 통상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양국 간 통화 ·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면 한국이 최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1,2위 수출 대상국이기 때문이다. 양국 간 합의가 잘 돼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더라도 원 · 위안화 동조 현상이 심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 상승(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변수는 이달 말 회계 결산을 앞둔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행위) 자금 회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지만,일본 기업들의 결산용 본국 송금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 사태 등으로 일본 기업들이 써야 할 자금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시장에 작용해 지난 주말 주요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90엔 안팎의 강세를 나타냈다.

일본 기업들의 회계연도 결산이 끝난 뒤 엔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주요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회사들은 올해 말 엔 · 달러 환율이 100엔 안팎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토야마 정부의 정책 운영 능력 한계로 경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