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있는 스카이엔지니어링의 배석한 사장은 지난달 초 공장 증설을 위해 '기계 부품을 만드는 장비'인 공작기계를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재고는커녕 신제품 공급 물량도 모자라 최소 석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주요 공작기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위아 S&T중공업에 잇달아 문의했으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평소 전화 한 통이면 보름 안에 들여놓을 수 있었던 공작기계였다. 배 사장이 애타게 찾고 있는 반도체 부품 절삭용 머시닝센터는 전자회사들이 이미 싹쓸이해 둔 상태.자동차 부품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황가도를 질주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공작기계 시장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면서 공장 가동률은 40~50%대로 주저앉았다.

두산인프라코어 창원공장은 작년 상반기 재고만 1800여대가 쌓여 50일간 공장 문을 닫아 걸 정도였다. 현대위아의 가동률 역시 50%를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한때 구조조정론까지 나왔다.

그렇게 6개월을 버텼다. 이후 공작기계 업체들은 작년 3분기에 가동률 70~80%대를 회복했고 올 들어 100%를 넘어섰다. 경제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정보기술(IT),기초기계 관련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고를 소진했을 뿐만 아니라 요즘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공작기계 수주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작년 1분기 4056억원으로 떨어졌던 국내 업체들의 수주액은 올 1분기 6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분기에는 호황기였던 2008년 2분기 수준(7887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1분기 내수와 수출 물량을 합쳐 전년 동기(783대) 대비 315% 늘어난 2466대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올해 1분기 총 2080대의 공작기계를 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동기(880대) 대비 236% 늘어난 규모다.

공작기계 수주는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수요 자체가 각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재섭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BG장(전무)은 "공작기계 시장 활황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확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