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조지 소로스의 '재귀성 가설'로 본 향후 증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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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로벌증시에서는 지난 6개월 이상 끌어왔던 변동성 장세에서 이제는 벗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일고 있다. 다양한 주가 예측 기법이 있겠지만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재귀성 가설'을 토대로 그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재귀성 가설을 요약하면 먼저 특정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주가는 실제 여건보다 더 낮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투자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식을 과도하게 매도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투자심리도 점차 낙관 쪽으로 옮겨진다. 이때 주가는 실제 경기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1차 상승기를 맞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려있던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흐트러져 1차 조정 국면을 맞게 된다. 이때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 오느냐가 중요하다. 경기와 기업실적이 받쳐주면 투자자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몰리면서 주가가 1차 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기에 진입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순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심리가 흐트러지면서 2차 조정 국면을 맞는다. 이 상황에서 경기와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투자심리가 급격히 비관 쪽으로 쏠려 주가는 과잉조정 국면에 직면한다. 경우에 따라선 투자자들은 심리적 공황상태(panic)를 맞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증시 상황을 소로스 이론에 적용해 보면 지난 6개월 이상 끌어온 1차 조정 국면이 거의 마무리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월가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주가가 다시 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로스 이론대로라면 1차 조정 국면이 끝나면 2차 상승 국면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변수가 많지만 주가가 이 기대대로 다시 상승할 것인가는 세 가지 '패러다임 시프트',즉 구조전환이 순조롭게 이행되느냐 여부를 주목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까지 국가에 의해 주도돼온 경기가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오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느냐 여부다. 한 나라의 경기가 민간 자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설비투자가 늘어야 가능하다. 그 중에서 총 수요 항목별 기여도에서 약 60~70%를 차지하는 소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용 창출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는 정책 요인에 의해 유동성을 공급하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그동안 퇴장됐던 통화가 시중으로 방출돼 증시로 유입되는 구조전환이 일어나는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벌써부터 과잉 유동성 환수 등과 같은 탈출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위기 극복 초기 때 위험자산 투자에 선두에 섰던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 투자자들까지 투자에 나설 수 있느냐도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전환이다. '현명한 돈'으로 불리는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투자자들까지 주식투자에 나선다면 증시 수요 기반이 넓어져 1차 상승기보다 더 큰 장세가 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예측기관들이 내놓은 각국의 성장률이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달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연초 3.1%에서 3.9%로 올려 잡았다. 다음 달부터 발표되는 1분기 실적도 증시에 상징성이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발표되고 있다.
한동안 얼어붙기만 했던 대내외 자금시장도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주택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대표적인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 속도가 작년 1분기 0.687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2분기 0.704,3분기 0.709,최근에는 0.80대로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심리면에서 스마트 머니들은 중국 등 각국 정부가 핫머니와의 전쟁을 준비할 정도로 더 활발해지고 있으나 일반투자자들은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 예금과 적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역(逆)무브 현상'까지 일고 있다.
결국 소로스의 재귀성 가설대로 2차 상승 국면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조건 가운데 경기와 유동성면에서는 구조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나 투자심리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은 세 번째 구조전환은 투자자들이 해야 할 몫으로,이 결과에 따라 월가의 기대대로 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재귀성 가설을 요약하면 먼저 특정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주가는 실제 여건보다 더 낮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투자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식을 과도하게 매도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투자심리도 점차 낙관 쪽으로 옮겨진다. 이때 주가는 실제 경기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1차 상승기를 맞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려있던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흐트러져 1차 조정 국면을 맞게 된다. 이때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 오느냐가 중요하다. 경기와 기업실적이 받쳐주면 투자자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몰리면서 주가가 1차 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기에 진입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순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심리가 흐트러지면서 2차 조정 국면을 맞는다. 이 상황에서 경기와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투자심리가 급격히 비관 쪽으로 쏠려 주가는 과잉조정 국면에 직면한다. 경우에 따라선 투자자들은 심리적 공황상태(panic)를 맞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증시 상황을 소로스 이론에 적용해 보면 지난 6개월 이상 끌어온 1차 조정 국면이 거의 마무리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월가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주가가 다시 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로스 이론대로라면 1차 조정 국면이 끝나면 2차 상승 국면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변수가 많지만 주가가 이 기대대로 다시 상승할 것인가는 세 가지 '패러다임 시프트',즉 구조전환이 순조롭게 이행되느냐 여부를 주목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까지 국가에 의해 주도돼온 경기가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오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느냐 여부다. 한 나라의 경기가 민간 자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설비투자가 늘어야 가능하다. 그 중에서 총 수요 항목별 기여도에서 약 60~70%를 차지하는 소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용 창출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는 정책 요인에 의해 유동성을 공급하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그동안 퇴장됐던 통화가 시중으로 방출돼 증시로 유입되는 구조전환이 일어나는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벌써부터 과잉 유동성 환수 등과 같은 탈출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위기 극복 초기 때 위험자산 투자에 선두에 섰던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 투자자들까지 투자에 나설 수 있느냐도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전환이다. '현명한 돈'으로 불리는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투자자들까지 주식투자에 나선다면 증시 수요 기반이 넓어져 1차 상승기보다 더 큰 장세가 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예측기관들이 내놓은 각국의 성장률이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달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연초 3.1%에서 3.9%로 올려 잡았다. 다음 달부터 발표되는 1분기 실적도 증시에 상징성이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발표되고 있다.
한동안 얼어붙기만 했던 대내외 자금시장도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주택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대표적인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 속도가 작년 1분기 0.687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2분기 0.704,3분기 0.709,최근에는 0.80대로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심리면에서 스마트 머니들은 중국 등 각국 정부가 핫머니와의 전쟁을 준비할 정도로 더 활발해지고 있으나 일반투자자들은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 예금과 적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역(逆)무브 현상'까지 일고 있다.
결국 소로스의 재귀성 가설대로 2차 상승 국면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조건 가운데 경기와 유동성면에서는 구조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나 투자심리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은 세 번째 구조전환은 투자자들이 해야 할 몫으로,이 결과에 따라 월가의 기대대로 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