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 분위기가 봄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썰렁하다. 예년 같으면 봄 이사철과 분양성수기를 맞아 활기가 넘쳤지만 올해는 냉기만 감돈다. 매수세도 실종 상태다. 분양시장엔 미분양만 쌓이고 있다. 이로써 부동산시장 전체가 심각한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수요감소→거래실종→기존 주택처분 곤란→매물 · 미분양 적체→입주지연→수요 감소 등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공급 · 거래가 막히면서 가격 하락세도 완연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0.21%까지 소폭 올랐던 서울 아파트값은 2월 들어 보합세(0.01%)를 보인 이후 3월에는 하락세(-0.09%)로 돌아섰다. 특히 서울 강남권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연말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재건축 아파트값도 약세로 돌아서면서 지난달에는 내림세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여건은 계속 악화되는 모습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인정비율(LTV) 등 강력한 대출규제가 여전한 데다 경기회복 전망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부 금융권을 중심으로 '버블 붕괴론'까지 불거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느낌이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에 일부 거품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1~2년 안에는 붕괴 수준의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경기가 지지부진하고 주택구매 심리가 위축돼 조정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비교적 건실한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거품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버블붕괴 시나리오의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해도,당분간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한국인의 자산 포트폴리오 특성상 부동산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투자수요 감소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간에 급격한 수요위축으로 인한 가격급락 가능성은 낮지만,약세국면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