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주식과 채권을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천안함 침몰(沈沒)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런 추세는 멈출 조짐이 없다. 코스피지수와 국고채 가격이 올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원 · 달러 환율이 달러당 1120원대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한 것도 그런 영향이 크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사들인 주식이 6조원을 웃돌고 채권도 18조5300억원어치나 샀다는 것은 일단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낙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코스피지수와 국고채가 각각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및 씨티그룹의 세계국채지수(WGBI) 선진국지수에 조만간 편입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 고질병으로 꼽혀 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고 재평가받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의 투자 열기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핫머니 성격의 자금이 지나치게 쏟아져 들어올 경우 자산 버블과 인플레를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이런 자금은 적정한 투자 차익을 올린 뒤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욱이 외국인들이 지난해 32조3904억원어치(유가증권시장 기준)의 주식과 53조5871억원 규모의 채권을 대량 매입했던 만큼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올해 해외 자금의 대규모 유입은 상당 부분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이 중에는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자금이 상당한 만큼 이들이 이탈할 경우의 외환시장 충격을 막기 위한 적절한 관리대책을 지금 세워둘 필요가 있다. 상당수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연내 원 · 달러 환율 하한선을 대략 달러당 1000~1050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환율이 현 수준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도 핫머니는 기대했던 환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외환시장의 교란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환율이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현실인 만큼 외환시장 플레이어를 늘려 환율 변동성을 자연스럽게 축소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원화 값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또 단타성 외환거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민해 봐야 한다. 브라질 중국 같은 나라들의 경우 핫머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이미 토빈세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중이다. 물론 외환자유화를 표방(標榜)하고 있는 우리가 과감히 토빈세를 도입하기는 힘들겠지만 유사시 대응책은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