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 미 월가의 대표주자 골드만삭스보다 3년 연속 더 많은 순익을 냈다. 금융에서도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지난 3일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공상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16.4% 증가한 1294억위안(189억달러)으로 골드만삭스의 915억위안(134억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공상은행은 시가총액으로도 지난해 말 기준 2689억달러로 세계 최대 은행 자리를 굳힌 상태다.

공상은행이 골드만삭스의 순익을 제친 건 2007년.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등의 영향으로 월가가 위축되기 시작한 때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2008년 적자전환했다가 지난해 다시 거액의 순익을 냈지만 공상은행은 물론 중국 내 2위인 건설은행의 순익(1068억위안)에도 못 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중국 내 은행 신규대출이 사상 최대인 9조6000억위안에 달할 만큼 대출이 급증한 게 공상은행의 순익 증가에 기여했다고 분석하면서도 대출급증에 따른 부실채권 우려도 커진다고 진단했다. "부실채권의 급증 가능성이 향후 수년간 중국 은행들의 최대 도전이 될 것"(S&P)이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상은행의 지난해 말 현재 부실채권 비율은 1.54%로 1년 전(2.29%)에 비해 크게 하락했지만 이는 분모인 대출이 급증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용카드 발급이 급증한 것도 공상은행의 실적호조로 이어졌다. 공상은행의 신용카드 발급량은 지난해에만 1300만장이 늘어 5201만장에 달해 세계 4위가 됐다. 저축만 한다는 중국인들의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상은행의 재테크 상품 판매가 전년보다 87.8% 증가한 것도 순익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공상은행은 직원이 38만5609명(2008년 말 기준)으로 골드만삭스의 3만2500명(지난해 말 기준)의 10배를 웃돈다. 종업원 1인당 수익성은 골드만삭스의 경쟁이 되지 못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