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취를 감췄던 각종 고위험 신용상품들이 시장에 '컴백'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회복되고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용거품의 상징이던 이색 신용상품들이 '작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규모가 미미하고 발행 조건도 까다로워 당장 문제가 될 소지는 적다.

그러나 신용시장의 '거품 형성→붕괴→회복' 사이클이 짧아진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낙관적 분위기가 또 다른 거품을 형성,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색 고위험 대출상품 재등장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기업들이 배당을 위해 돈을 빌리는 소위 '배당 자본재구성(dividend recapitalization)' 대출은 올 1분기 88억달러로,지난해 전체 규모인 79억달러를 웃돌았다. 이 대출은 주로 사모펀드가 인수 기업에 대한 투자금 일부를 조기에 회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으로 금융위기 이전 과도한 신용거품의 사례로 지적돼왔다.

신용거품 시대의 또 다른 '문제아'로 지목됐던 'PIK토글(pay-in-kind toggle)'도 재등장했다. 'PIK-토글'이란 차입자가 원할 경우 이자를 내지 않고 이자만큼 추가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미국의 총기 제조사인 프리덤그룹이 지난주 이 조건이 붙은 채권을 발행했다. 차입 기업에 요구하는 조건이 일반 채권보다 훨씬 느슨한 '조건완화 대출(covenant light)'도 올 들어 여러 건 성사됐다.

기업 인수 때 해당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레버리지론'은 1분기 1200억달러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급증했다. 2008년 말 액면가의 56%까지 떨어졌던 레버리지론의 거래가격은 현재 92%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다. 상업용 부동산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업용모기지담보증권(CMBS)'은 1분기 발행 규모가 29억달러에 달했다. 작년 동기 6억9300만달러에 비해 4배나 늘어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할 때 고위험 투자상품의 발행 규모가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배당 자본재구성' 대출의 경우 2007년엔 발행 규모가 550억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고위험 상품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훨씬 양호해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의 신용위기를 잊고 다시 수익률만 좇는 '탐욕'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헤지펀드 '고위험 고수익' 탐색


대표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인 헤지펀드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최근 헤지펀드들은 신용 및 외환거래와 원자재 시장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원자재 시장.데이비드 스웬슨 미국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헤지펀드들의 원자재 관련 상품 투자가 늘면서 원자재 시장의 수익성이 주목받고 있다"며 "예일대 연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고전했던 헤지펀드들은 외환거래와 신용거래 등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밖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 인수 · 합병(M&A) 시장도 헤지펀드들에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부실기업이나 저평가된 채권 및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로선 기업 M&A 같은 대형 이벤트가 무엇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박성완/김동욱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