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특히 주목을 모으는 것은 김중수 신임 총재의 발언 내용이다. 그는 처음 주재한 금통위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방향은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서는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돼야 인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당분간은 금리를 올릴 의향이 없다는 뜻이다.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김 총재의 생각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고용도 최악의 상황이다. 경기선행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하고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도 부담스럽다.

해외 요인 또한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 사정이 다소 나아지고 있으나 회복 속도는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사태가 다시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세계경제에 부정적 파장을 몰고올 것이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분간 금리인상보다 경기 회복 기조를 튼튼히 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하지만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를 마냥 이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속적인 금융완화로 인해 하반기 이후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증시 등에 자산버블이 부풀어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점들 때문에 전임 이성태 총재는 "큰 배가 방향을 틀기 위해선 미리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며 선제적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 총재는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동향,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움직임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 협조를 통해 이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