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인 지난 9일보다 4.1원(0.37%) 하락한 1114.1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새 연중 저점이자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8년 9월12일(1109.1원)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외환전문가들은 국내외 여건이 이날 원달러 환율에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주말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 지원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약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에 하락압력을 가했고, 위안화 절상 임박에 따른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 공세, 수출업체의 추격매도도 이날 환율을 아래로 밀어 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5.2%로 0.6%p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하면서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를 추겨 환율의 하락 모멘텀을 제공했다.

밤사이 뉴욕장에서 역외환율도 하락 마감하며 이날 원달러 환율의 하락 출발을 예고했다. 이에 환율은 개장 직후 전 거래일보다 2원 내린 1118원으로 출발한 뒤 역외세력의 거침없는 매도 공세에 1112원대로 단숨에 밀려났다. 이어 수출업체의 추격매도까지 따라붙자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23분 1111.4원까지 속락했다.

주식시장에서는 환율 급락 영향으로 수출주들이 하락세를 보이자 코스피지수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결제 수요들이 조금씩 집중되면서 환율은 서서히 반등,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1113원대로 올라섰다. 이후에는 1113원대서 한동안 정체하며 추가 등락을 모색했다.

오후 들어 원달러 환율은 당국에 대한 개입 경계심이 시장에 짙게 깔린 가운데 1113원선을 중심으로 혼조세를 이어갔다. 주가지수도 여전히 약세를 나타내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순매도 확대에 나서면서 환율의 하단을 강하게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장 막판 숏커버(매도한 달러를 되사는 거래)가 일부 유입되고 당국도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면서 오후 2시55분 1114.9원까지 레벨을 높였고, 이 부근인 1114.1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18~1111.4원 사이에서 움직였으며, 일중 7.6원의 등락폭을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장 초반에는 위안화 절상 기대감에 편승한 역외 달러 매도가 공급되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지만 오후 들어서 역외는 좀 조용한 편이었다"며 "그나마 역내 결제와 외국인 순매도가 환율 하단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다른 외화딜러는 "시장에 당국에 대한 개입 경계심이 상당했다"며 "단순히 아래로 밀기에는 어려운 장이었고, 대세는 하락세인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17p 하락한 1710.30을, 코스닥지수는 4.48p 내린 508.67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03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환율 하락을 제한했다.

장 마감 무렵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3662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93.14엔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