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패키지ㆍ막무가내ㆍ첨단형…'작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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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서 주가조작까지 사채업자들 일괄 진행
파생상품 시세 조종도
파생상품 시세 조종도
코스닥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명동 사채업자 A회장은 최근 주가 조작 '선수'들을 소집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짧고 굵게 진행된다. 타깃인 코스닥 B기업을 소개하고 향후 진행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브리핑한다. 그는 증자대금으로 약 100억원을 찍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증자 납입일과 그 이후 일시별로 목표주가를 지시한다.
회의가 끝나면 선수 20여명에게 2억원씩 든 차명계좌를 전달하고 바로 착수한다. 작전 자금은 표면상 40억원이지만 실상은 100억원대를 훌쩍 넘어선다. A회장이 단골인 저축은행을 통해 계좌당 주식담보대출을 2~3배 받도록 손을 써놨기 때문이다.
A회장은 지난해까지 주가 조작에는 관심이 없었다. 주로 인수 · 합병(M&A)이나 증자 자금을 빌려주고 담보를 두둑하게 챙겨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해 왔다. 하지만 코스닥에 퇴출 칼바람이 불자 자금 회수에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요즘은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기업에 추가로 증자를 해 주고 시세조종까지 진행해 '꿩 먹고 알 먹는' 장사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풀패키지형' 작전이다.
◆퇴출 공포로 작전 한단계 진화
12일 증권업계와 사채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의 퇴출 공포가 증시 작전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잇단 횡령 · 배임 여파로 코스닥 기업들이 줄줄이 퇴출되면서 '벼랑 끝' 작전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감독당국과 검찰이 주가 조작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포위망을 좁혀오면서 작전은 더욱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풀패키지형' 작전은 사채업자가 주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지지 않는 사채업자들은 초보 선수들과 다르게 치밀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사채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퇴출이 잇따르자 자금을 빌려줬다가 떼인 사채업자들이 추가 증자부터 주가 조작까지 전방위로 뛰고 있다"며 "이들의 1차 목표는 증자 납입일에 주가를 유상증자 발행가보다 크게 끌어올려 증자를 성공시키고 돈을 빼는 '가장납입'이기 때문에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령 증자 발행가액이 주당 500원이라면 주가를 800원 수준까지 끌어올려 일반 투자자들의 증자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800원 수준에서 주가를 일정 기간 유지시켜 증자 때 받은 주식을 털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채업자들이 증자 때 받은 대규모 물량을 일정 수수료를 받고 시장에서 되사주는 선수들도 생겨나고 있다"며 "이들은 주가를 끌어올리지 않고 현상 유지만 시켜 서서히 개미들에게 폭탄을 떠넘기고 나오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사채업자가 아니라 내부 경영진이 주도하는 '생존형' 작전도 늘고 있는 추세다. 퇴출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자 퇴출을 막기 위해 경영진이 주가를 끌어올려 자금을 조달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자거래 유형도 퇴출 공포의 영향으로 '손실회피형'이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사놓고 돈을 벌려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나 감자 등 퇴출 징후를 미리 알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대규모 주식을 사전에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설명이다.
최근 대규모 횡령 혐의가 발생한 액티투오의 경우 검찰의 횡령 발표가 나기 한 달 전부터 주가가 폭락해 '손실회피형' 내부자거래 의혹이 일고 있다.
◆막무가내형 주가 조작 재등장
'막무가내형' 작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유형은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타깃으로 유통 주식의 80% 이상을 거둬들여 주가를 조작하는 수법이다. 주가 급등 과정에서 별다른 호재가 드러나지 않고 주가가 급등세를 타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7년 역대 최대 규모 주가 조작이었던 '루보 사태'를 들 수 있다. 2006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전세력들은 코스닥 자동차부품업체 루보를 대상으로 1500억원대 자금과 700여개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100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2월부터 주가가 별다른 이유 없이 폭등한 조선선재도 '막무가내형' 작전의 결과물이 아닌지 살피고 있다. 올 1월 검찰에 구속된 '친인척 주가조작단'도 매매 물량이 많지 않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종목을 노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M&A나 우회상장,각종 테마들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도 '묻지마 투자'를 가장한 막무가내형 작전이 성행하는 원인"이라며 "막무가내형은 '퇴출 지뢰밭'인 코스닥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유가증권시장의 소외 종목을 타깃으로 한다"고 전했다.
각종 파생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현물과 선물을 연계한 불공정거래인 '첨단지능형' 작전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엔 장외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현 · 선물 연계 불공정거래 혐의가 불거진 데다 최근엔 주식워런트증권(ELW)에서 불공정거래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ELW 초단타 투자자인 '슈퍼 메뚜기'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ELW 시세조종뿐만 아니라 기초자산과 ELW 간 현 · 선물 연계 불공정거래 우려가 높다.
2008년 거래소가 감독당국에 통보한 파생상품 불공정거래 혐의 건수는 8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0건 안팎으로 급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고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만건의 거래를 한순간에 처리하는 고주파거래(High Frequency Trade)가 성행하고 있어 불공정거래 개연성을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회의가 끝나면 선수 20여명에게 2억원씩 든 차명계좌를 전달하고 바로 착수한다. 작전 자금은 표면상 40억원이지만 실상은 100억원대를 훌쩍 넘어선다. A회장이 단골인 저축은행을 통해 계좌당 주식담보대출을 2~3배 받도록 손을 써놨기 때문이다.
A회장은 지난해까지 주가 조작에는 관심이 없었다. 주로 인수 · 합병(M&A)이나 증자 자금을 빌려주고 담보를 두둑하게 챙겨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해 왔다. 하지만 코스닥에 퇴출 칼바람이 불자 자금 회수에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요즘은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기업에 추가로 증자를 해 주고 시세조종까지 진행해 '꿩 먹고 알 먹는' 장사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풀패키지형' 작전이다.
◆퇴출 공포로 작전 한단계 진화
12일 증권업계와 사채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의 퇴출 공포가 증시 작전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잇단 횡령 · 배임 여파로 코스닥 기업들이 줄줄이 퇴출되면서 '벼랑 끝' 작전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감독당국과 검찰이 주가 조작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포위망을 좁혀오면서 작전은 더욱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풀패키지형' 작전은 사채업자가 주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지지 않는 사채업자들은 초보 선수들과 다르게 치밀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사채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퇴출이 잇따르자 자금을 빌려줬다가 떼인 사채업자들이 추가 증자부터 주가 조작까지 전방위로 뛰고 있다"며 "이들의 1차 목표는 증자 납입일에 주가를 유상증자 발행가보다 크게 끌어올려 증자를 성공시키고 돈을 빼는 '가장납입'이기 때문에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령 증자 발행가액이 주당 500원이라면 주가를 800원 수준까지 끌어올려 일반 투자자들의 증자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800원 수준에서 주가를 일정 기간 유지시켜 증자 때 받은 주식을 털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채업자들이 증자 때 받은 대규모 물량을 일정 수수료를 받고 시장에서 되사주는 선수들도 생겨나고 있다"며 "이들은 주가를 끌어올리지 않고 현상 유지만 시켜 서서히 개미들에게 폭탄을 떠넘기고 나오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사채업자가 아니라 내부 경영진이 주도하는 '생존형' 작전도 늘고 있는 추세다. 퇴출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자 퇴출을 막기 위해 경영진이 주가를 끌어올려 자금을 조달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자거래 유형도 퇴출 공포의 영향으로 '손실회피형'이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사놓고 돈을 벌려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나 감자 등 퇴출 징후를 미리 알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대규모 주식을 사전에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설명이다.
최근 대규모 횡령 혐의가 발생한 액티투오의 경우 검찰의 횡령 발표가 나기 한 달 전부터 주가가 폭락해 '손실회피형' 내부자거래 의혹이 일고 있다.
◆막무가내형 주가 조작 재등장
'막무가내형' 작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유형은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타깃으로 유통 주식의 80% 이상을 거둬들여 주가를 조작하는 수법이다. 주가 급등 과정에서 별다른 호재가 드러나지 않고 주가가 급등세를 타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7년 역대 최대 규모 주가 조작이었던 '루보 사태'를 들 수 있다. 2006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전세력들은 코스닥 자동차부품업체 루보를 대상으로 1500억원대 자금과 700여개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100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2월부터 주가가 별다른 이유 없이 폭등한 조선선재도 '막무가내형' 작전의 결과물이 아닌지 살피고 있다. 올 1월 검찰에 구속된 '친인척 주가조작단'도 매매 물량이 많지 않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종목을 노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M&A나 우회상장,각종 테마들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도 '묻지마 투자'를 가장한 막무가내형 작전이 성행하는 원인"이라며 "막무가내형은 '퇴출 지뢰밭'인 코스닥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유가증권시장의 소외 종목을 타깃으로 한다"고 전했다.
각종 파생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현물과 선물을 연계한 불공정거래인 '첨단지능형' 작전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엔 장외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현 · 선물 연계 불공정거래 혐의가 불거진 데다 최근엔 주식워런트증권(ELW)에서 불공정거래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ELW 초단타 투자자인 '슈퍼 메뚜기'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ELW 시세조종뿐만 아니라 기초자산과 ELW 간 현 · 선물 연계 불공정거래 우려가 높다.
2008년 거래소가 감독당국에 통보한 파생상품 불공정거래 혐의 건수는 8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0건 안팎으로 급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고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만건의 거래를 한순간에 처리하는 고주파거래(High Frequency Trade)가 성행하고 있어 불공정거래 개연성을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