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체제 재편을 논의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이번 회의는 6월 캐나다 G20 정상회의와 11월 서울 정상회의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첫 장관급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회의는 올해 G20 의장국인 한국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공동 의장을 맡아 진행한다. 특히 윤 장관은 영어로 전체 회의를 주재하며 논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와 금융규제,출구전략 로드맵,금융안전망 구축,에너지보조금 등 현안으로 부각된 의제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 가운데 금융규제,특히 은행세 도입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세는 금융위기를 자초하고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금융권에 책임을 지우고 금융위기 재발에 대비한 비용 마련을 위해 은행의 위험자산 투자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지난 1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이후 주요 선진국 간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IMF가 은행세를 포함한 '금융권 분담 방안' 중간 보고서를 이번 주말까지 마무리해 23일 재무장관 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각국 간 도입 방안과 문제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재무장관 회의 후 공동성명서에 은행세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방향과 일정이 명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윤 장관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미국은 총자산 500억달러 이상 대형 금융회사의 비예금 차입에 대해 0.15% 정도의 세금을 물어 위기에 대비하자는 입장인 반면 유럽은 국제 간 자금흐름에 대해 토빈세 등으로 일정한 규제를 가하자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하지만 의장국으로서 중간자적 입장에서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국내 은행세 도입 문제에 대해선 "현재 내부적으로 어떤 입장을 가져갈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G20 재무장관들은 또 이번 회의에서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함께 출구전략 공조를 포함한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위기 이후의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협력 체계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제안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저소득국의 개발 이슈 등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에너지안보 및 기후변화 분야에서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문제를 협의하고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서도 그간의 논의사항을 점검한다.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재무장관 회의 결과는 6월 캐나다 정상회의 때 논의 기초로 활용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대부분의 의제에 대한 각국 이견이 첨예해 11월 서울 정상회의 전까지는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종태/유승호 기자 jtchung@hankyung.com